[오마이머니]하반기 신탁 문 활짝 열린다는데...

급속한 고령화 속에 신탁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은행들이 서둘러 신탁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신탁 전담 조직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연금신탁사업단을 연금신탁그룹으로 격상시켰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초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지위를 높였다. KEB하나은행은 신탁본부를 신탁사업단으로 강화했고, 신한은행은 기존 신탁연금사업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신탁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령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신탁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신탁 상품 광고 허용 등 신탁업법 개편이 예고되면서 이에 따른 시장 활성화 기대감도 이 같은 추세에 한 몫하고 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고객이 자신의 재산을 맡기면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주는 서비스다. 펀드와 비슷하나 신탁은 수탁대상 자산이 금전 외에도 일반재산까지 가능한데 반해 펀드는 원칙적으로 금전을 수탁대상 자산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상품은 절세를 위한 증여신탁뿐만 아니라 치매나 사망 후 반려동물을 위한 고령화 특화 상품 등 다양하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국내 금융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 치매안심신탁은 향후 치매에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은행에 돈을 맡기고 치매 판정을 받으면 병원비, 간호비, 생활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이다. 치매 노인이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자녀의 재산을 다른 사람이 유용하지 못하도록 은행이 자산을 맡아서 관리해 주는 신탁 상품 ‘케어트러스트’에서 치매만을 따로 특화시켰다.

앞서 국민은행은 주인이 사망한 뒤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해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하면 반려동물을 맡아서 돌봐줄 사람에게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KB 펫 신탁’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절세상품으로 최근 증여신탁도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주식·상장지수펀드(ETF), 국내외 채권, 수익증권, 구조화 상품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운용하며 고객의 목표 수익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하나의 계좌에서 관리하는 ‘맞춤형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절세 상품인 ‘명문가문 증여신탁’을 내놓았다. 증여신탁은 부모가 은행에 한꺼번에 돈을 맡기면 6개월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를 자녀 앞으로 지급한다. 신탁을 통해 정기적으로 분할해 증여하면 증여세를 계산할 때 3%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여 신탁의 경우 이달 증여 혜택이 대폭 줄어들면서 절세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어지긴 했다”며 “그러나 한꺼번에 상속을 하기 보다 스케줄에 따라 정기적으로 증여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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