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왼쪽)뉴라클사이언스 대표와 성재영 창업자가 뇌졸중으로 손상된 생쥐의 뇌신경 흉터 부위(녹색)를 가리키고 있다. 형광현미경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관찰하면 곳곳에 이런 흉터가 보인다.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국내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이 ‘신개념 치료제’를 앞세워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도 개발에 잇따라 고배를 마시는 상황에서 골리앗을 쓰러뜨릴 ‘항체 치료제 시장의 다윗’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오는 2023년 133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다윗으로 기대되는 업체는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고려대 의대 대학원 교수가 고려대학교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창업한 곳이다. 성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신경교세포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이미 생긴 ‘딱지’를 제거하면 신경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 15년 동안 120건이 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쏟아부은 ‘솔라네주맙’이 대표적 사례다. 환자들의 뇌에 쌓여 있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지 기능 개선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치매를 일으킨다는 ‘아밀로이드 가설’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여기서 뉴라클사이언스는 출발했다. 뇌 신경세포는 손상되면 신경교에 흉터가 생긴다. 나머지 신경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작용이다. 그러나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막아 퇴화하거나 죽게 만든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여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 그래서 뉴라클사이언스는 딱지를 만드는 표적단백질(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을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 중이다. 현재 다수의 항체치료제 예비후보들을 만든 뒤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에 쓸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 개발 중인 신약은 알츠하이머 치매는 물론 파킨슨병·루게릭병 등 뇌신경계 질환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설립 1년 만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 선도물질 도출 프로젝트는 정부지원 과제로 선정됐다. 또 기업가치 600억원을 인정받고 7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김봉철 뉴라클사이언스 대표는 “내년 하반기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며 “이에 앞서 항체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는 2019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전임상시험 결과가 좋으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조기진단키트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김 대표는 “일반 혈액검사 방식의 키트에 대해 올해 말쯤 유럽 인증(CE 마크)을 받은 뒤 미국 치매 전문가와 진단용 승인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2019년 시판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