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는 멀쩡한데 엄지발가락 부위의 통증이 극심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종종 있습니다.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통풍 때문이죠.”(구본산 서울백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통풍(痛風)’은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기간 몸 안에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이 쌓여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 등을 콕콕 찔러 염증을 일으키고 관절이 갑자기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엄지발가락에 많이 생기지만 발등·발목·무릎·팔꿈치 등에 생기기도 한다.
요산은 쇠간·콩팥 같은 육류의 내장, 등푸른생선, 시금치 등 푸린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은 뒤 대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양이 너무 많거나 콩팥 질환 등으로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조금씩 쌓이게 된다. 아스피린·이뇨제 복용, 잦은 음주, 지방간 등도 위험요인이다.
혈중 요산 농도가 7㎎/㎗를 초과(고요산혈증)하더라도 통증 등 증상이 없으면 치료보다는 식이조절·운동 등의 생활습관 개선으로 체중을 줄여 예방에 힘쓸 필요가 있다. 다만 10㎎/㎗ 이상이면 언제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을 꾸준히 먹고 술을 끊는 것이 좋다.
요산이 20년가량 쌓이면 첫 번째 급성 통증이 찾아오거나 콩팥에 돌이 생긴다. 술·고기를 즐기는 남성에게 30~50대에 처음 찾아오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하나의 관절에서 발생한다. 대개 밤에 갑자기 찾아오며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몇주간 관절 통증이 지속된다. 통풍 약 ‘콜킨’을 3~6개월간 복용하면 급성 통증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 급성 통증은 6개월~2년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통증이 점차 자주 찾아오고 만성화된다. 첫 통증 후 10년쯤 지나면 관절 부위에 울퉁불퉁하고 보기 흉한 혹(결절)이 생겨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따른다. 혹이 생긴 부위는 궤양이 동반되거나 바늘 모양의 결정들이 떨어져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혹 자체의 통증은 약하지만 침범 부위의 관절에 점진적인 뻣뻣함과 지속적인 통증이 종종 발생하고 관절이 광범위하게 손상된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과 비슷해 보일 수 있으므로 류마티스내과 등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런데도 진료를 받지 않고 약국에서 아플 때마다 진통소염제만 사 먹으며 병을 키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 교수는 “국내에는 인구 100명당 4~5명 정도가 통풍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은 2~3명 수준”이라며 “1년에 2회 이상 통풍에 따른 통증이 왔으면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을 고혈압 약처럼 꾸준히 먹어야 요산 결정이 사탕 녹듯 조금씩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