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계약이론과 성과급

김선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미시경제학
지난 해 노벨경제학상은 미국 하바드대 올리버 하트(Oliver Hart) 교수와 MIT 공대 벵트 홈스트롬 (Bengt Holmstrom) 교수에게 돌아갔다. 두 교수는 정보경제학의 한 분야인 ‘계약이론’을 학문적으로 발전시킨 공로가 인정돼 이 상을 받았다.

사람은 어차피 타인들과 섞여 살아가야 하며 그러는 중에 그들과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수많은 계약을 맺게 돼 있다. 이 때 계약당사자들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로 인해 많은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경제적 비효율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계약이론’이다. 정보의 비대칭이란 계약당사자 중 한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는데 반해 상대방은 이를 모르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야기하는 비효율은 비대칭의 속성에 따라 ‘역선택의 문제 (adverse-selection problem)’와 ‘도덕적 해이의 문제 (moral-hazard problem)’로 나뉜다. 예컨대 피고용인은 자신의 능력 (흔히들 ‘감춰진 타입’이라 한다)을 알고 있는데 반해 고용인이 이를 모르는 경우는 전자에 해당되고, 피고용인은 자신이 취한 행위(흔히들 ‘감춰진 행위’라 한다)를 잘 아는데 반해 고용인이 이를 모르는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 차이는 감춰진 것이 타입이냐 아니면 행위냐 인데 이를 구분 짓는 이유는 각자를 분석하는 이론적 틀과 해법이 전혀 상이하기때문이다.


계약이론은 정의하는 학자들에 따라 ‘광의’와 ‘협의’가 있다. 광의의 계약이론은 앞서의 두 문제에 대한 연구 모두를 포괄하는 반면 협의의 계약이론은 주로 후자에 대한 연구를 의미하는데 참고로 하트와 홈스트롬 교수의 연구업적은 상대적으로 후자에 더 치중돼 있다. 협의의 계약이론이 다루는 문제 즉 ‘도덕적 해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언론에서 자주 인용돼 지금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꽤 친숙해진 경제학 용어다. 도덕적 해이는 그것이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해당하는 만큼 인류역사와 늘 공존해왔고 지금도 우리 주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상이다. 예컨대 고용인은 피고용인이 ‘열심히 일하기(앞서의 ‘감춰진 행위’에 해당)’를 원하나 피고용인은 적당히 시간만 때우려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도덕적 해이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는 대체로 동의되는 두 가지 결론이 있다. 첫째는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성과급 등 ‘유인계약 (incentive scheme)’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란 계약상대방의 ‘감춰진 행위’를 직접 통제할 수 없을 때 발생하므로 이를 성과급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성과급을 쓰되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은 성과급은 자칫 이를 쓰지 않음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성과급의 도입이 재앙을 부른 예는 무수히 많다. 잘못된 성과급의 도입으로 미국의 유명 백화점 ‘시어스’가 1990년대 도산의 위기로까지 몰렸던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다. 또한, 아직 이론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또한 다국적 금융회사들의 임직원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 도입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이 분야 대다수 학자들의 생각이다. 성공적인 성과급의 설계가 쉽지 않은 것은 우선 성공요건인 객관적이고도 합목적적인 성과지표의 개발이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며 인간의 ‘감춰진 행위’는 성격상 단순한 성과급 체계로 통제되기에 너무도 다면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보다 강화된 성과급 체계의 도입으로 온 노동계가 시끄럽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영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하에 정부가 이를 직접 독려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그로 인한 비효율성을 감안했을 때 그 취지는 십분 이해가 된다. 다만 이윤추구가 최종 목표가 아닌 공기업의 경우 합목적적인 성과지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부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고려는 충분히 있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무당 사람 잡는 격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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