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자본확충' 이중고 겪는 보험업계 울상



보험업계가 자본 추가 확충을 요구하는 금융당국과 금리 상승으로 악화되는 자본조달 시장 환경 사이에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당국은 보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에 자본 확충을 강하게 주문하는 상황이지만 금리 상승으로 조달 환경이 크게 나빠져 울상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보험사들의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지난해 3·4분기 대비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손해보험을 많이 취급하는 손보사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최대 80%포인트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시행에 앞서 당국이 국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위험계수를 잇따라 상향 적용하고 있어서다. 위험계수가 상향되면 요구자본이 늘어 RBC비율이 떨어지고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이다. 특히 당국이 올 하반기 또 다른 자본규제로 금리연동형 계약과 변액보험에 대해서도 금리 위험 산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어서 또 한번의 RBC비율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RBC비율 개선을 위해 가용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자금조달 환경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자본 확충을 계획했지만 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초 (자본 확충)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한화생명은 다음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발행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지난해 12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발행금리를 4.1% 정도로 예상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4%대 중반만 돼도 선방”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배당 축소를 통해 내부 유보금을 늘리는 비상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저금리 기조를 염두에 두고 만든 당국의 보험사 재무건전성 로드맵을 금리 상승 추세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로드맵은 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며 “그러나 금융당국도 금리 상승 추세를 감안해 로드맵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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