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자연장을 치를 부지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수다. 장사법은 녹지지역(일부), 주거·상업·공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산림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지역 등 무수히 많은 곳에 묘지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둘 수 없는 묘지에는 자연장 부지도 포함된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수목장은 말 그대로 친환경장인데 설치제한 구역이 지나치게 넓은 측면이 있다”며 “수목장, 납골당, 무덤 등의 설치 제한 구역을 각각 규정해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존 묘지를 수목장으로 공동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공동묘지는 관리가 상대적으로 잘되고 있는데다 수령이 많은 나무도 많아 수목장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공동 묘지에 수목장을 허용할 경우 묘지간 거리가 짧아지거나 방문객들이 쉴 공간이 줄어들 소지가 있다”며 “운영의 묘를 살리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연장 부지가 확보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설 수준을 끌어올려 이용률(안치율)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수준이 낮아 사람들이 정작 이용하지 않는 시설이라면 아무리 많아야 별 소용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연장의 조경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수목장에 사용하는 나무의 수령(樹齡)을 몇 년 이상으로 제한하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시설을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설치·조성·관리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규제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연장지의 안치율은 4% 남짓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설 기준을 지금보다 더 까다롭게 하면 누가 자연장지를 구축하려 하겠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연장지의 설치·운영자를 해당 지역 업체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관련 시설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는 중앙 정부가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자체에 조례와 규정 등을 바꾸도록 명령할 권한도 없을뿐더러 무리하게 유도했다가는 자연장 확대를 위한 협조를 구하기 힘들어 질 수 있다.
빼어난 풍광에 잘 갖춰진 조경, 수령이 많은 나무 등만 선호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장례진흥문화원 관계자는 “잔디장과 화초장은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와 국민 정서상 잘 맞지 않는다”며 “어린나무를 쓰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무조건 수령이 많은 나무만 찾는 상황에서 그럴듯한 수목을 갖춘 자연장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