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하만이 70여년간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면 자동차뿐 아니라 소비자 가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특히 삼성전자의 약점이던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뚫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전장기업 하만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한 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 말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디네시 팔리왈 하만 최고경영자(CEO) 역시 “하만의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에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5G 기술이 결합하면 자율주행자동차 같은 미래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도 삼성전자가 하만을 품에 안았다. 하만 인수는 전장사업을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승부수로 평가되는 만큼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여러 계열사와 하만의 폭발적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17일(현지시간) 하만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과의 합병을 승인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내용을 보면 이날 주총에는 보통주 약 6,988만주 중 약 4,946만주의 주주(70.78%)가 참여해 찬성 4,700만주(67%), 반대 210만주, 기권 43만주로 무리 없이 합병안이 통과됐다.
앞서 일부 하만 주주들은 하만 이사진이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냈고 이 부회장도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합병안이 하만 주총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합병안이 의결되면서 인수 작업은 예정대로 올해 3·4분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만 인수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등기이사에 오른 뒤 직접 진두지휘해 이뤄낸 ‘첫 작품’이다. 이 부회장은 전장 업체 인수를 통해 선도업체와의 경쟁력 차이를 단기간에 좁히고 업계 지배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으로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인수를 추진했다. 하만은 BMW·피아트크라이슬러·현대자동차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 매출 가운데 65% 이상을 전장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하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전자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우선 삼성전자의 커넥티드카 시스템, 텔레매틱스 등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업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전장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후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전기차 부품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하만의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TV용 사운드바 등의 제품 출시도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박종환 전장사업팀 부사장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오는 2018년께 하만과 협업한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아우디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하게 됐다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고 공언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015년 아우디 콘셉트카에 자동차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는데 하만을 통해 OLED를 활용한 제품 생산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삼성SDI도 BMW 등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전기차 배터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
삼성전기 역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전장부품 시장 진입시간이 단축되고 관련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1월 4·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단기적으로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 모듈 등이 (실적이) 좋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제품과 패널레벨패키지(PLP)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개발을 추진해온 만큼 하만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단숨에 시장 1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반도체 부문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카를 위한 차량용 반도체사업 확대가 전망된다”며 “디스플레이는 OLED 활용, CE(가전) 부문은 기존 오디오사업 확장 등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