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인류가 발견한 21세기의 새로운 불이 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통합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고 신성장동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지불결제 시스템 분야에서 몰고 올 변화는 우리 카드 업계의 큰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카드 산업은 과거 현금 기반의 지불결제 시스템을 혁신했다. 이로 인해 현재 카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에서 민간 최종소비지출의 70% 이상의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카드 결제 시스템의 비약적 발전은 결제 편의성 향상, 지하경제 양성화, 세원 투명화,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사회 전체의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
한편 글로벌 지급결제 산업은 지로·자동화기기(ATM) 등을 이용하는 계좌 기반 결제 시스템에서 페이팔·애플페이 등을 이용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급결제 산업의 발전단계는 현금 기반 결제 시스템, 계좌 기반 결제 시스템, 카드 기반 결제시스템, 각종 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상위 단계로의 전환은 효용이 시스템 전환비용을 상회하는 경우 이뤄지며 징검다리식 발전 경로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신용카드 시스템이 완비된 시장보다 현금이나 계좌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이는 현금 혹은 계좌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주로 사용한 중국에서 알리페이가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지급결제 산업도 최근 생체인증·블록체인 등을 비롯한 신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과거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지문이나 정맥 패턴을 이용한 지급결제가 이제는 현실에서 구현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여기서 생체인증은 지문·홍채·정맥 등의 생체정보를 이용한 본인 인증을 말하며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암호화한 ‘블록’을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 저장시키는 디지털 장부를 일컫는다. 즉 플라스틱 판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매체 없이도 생체인증만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지거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보안성과 결제 편의성을 모두 갖춘 결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제 지불결제 시스템에서는 국경을 초월할 뿐 아니라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오직 고객의 편의를 개선하는 혁신적인 수단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현금에서 카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낸 국내 카드사들이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지급결제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이를 계기로 국내 카드 산업이 다시 한 번 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