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리매매 중인 종목에 올라타는 투자자의 심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의 투자자에게 해당 기업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치우기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가격 규제(가격 제한폭)가 없다 보니 일부 투자자들이 달려들어 주가를 한껏 끌어올린 뒤 차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하곤 한다. 실제 LCD 부품 업체인 프리젠은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15일 주가가 전일보다 무려 454.35%가 뛰어, 한 주에 920원 하던 동전주가 순식간에 5,100원이 됐다. 지난해 1월 승화프리텍은 최고 184.7%, 같은 해 5월 제이앤유글로벌은 331.25%가 급등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바로 다음 날 아찔한 하락세를 겪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간 16개 종목의 기간 수익률은 -85.4%였다.
시장에서 퇴출되기 직전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기업의 가치를 따지는 게 아니라 순전히 운에 맡긴다. 투자가 아닌 투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정리매매는) 개미들이 시장에서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데스 매치’를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난해 증시에서 퇴출 된 11개 종목 중 8개 종목에서 정리매매 기간 중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뛸 정도로 이 ‘데스 매치’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투기가 아닌 투자로는 돈 벌기 힘들다는 회의론이 주식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정리매매는 기존 주주 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이지 투기적 투자자 좋으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투기꾼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 규제를 도입할 이유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미는 이래도 저래도 잃는다’는 시장에 대한 불신이 비정상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장 오는 23일 국내 1위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도 ‘상장폐지 재테크’족과 함께 마지막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