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고진김래-강진 서중마을 72시간’ 편이 전파를 탔다.
약 120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전라남도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 마을의 앞바다는 강진만 중심부로, 각종 영양염류와 어패류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중마을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대대로 김을 양식해왔다.
최근에는 염산처리를 하지 않고 친환경 방식으로 길러내는 지주식 김양식업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거친 바닷바람 속에서 김, 전복, 감태 등도 채취하고 있다.
임금께 바치는 진상품이었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김’, 서중마을 주민들은 청정해역인 강진만 일대에서 오랜 시간 김 양식업에 종사해왔다. 이곳에서는 하루 8시간 이상 햇볕 노출이 필요한 친환경 방식인 지주식 방식으로 김을 생산하는데, 염산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9월에 씨를 뿌려 겨울에 수확하기 까지, 한 해 동안 많은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오늘도 김 양식장 사람들은 분주하다. 서중마을에서 김 양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고승산씨는 장대 보수작업, 이끼 제거작업 등 관리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좋은 김을 수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엄청나게 부지런해야죠. 모든 일이 다 부지런해야겠지만 유독 바다농사는 그때그때 작업을 못하면 날짜가 늘어지고 일을 못해버리죠. 그러면 김이 관리가 안돼서 상품이 나빠져요. 그래서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매일같이 바다에 나와서 관리를 해야 되는 겁니다. 아이들 기르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 고승산 (53) -
제 2의 어촌라이프를 위해 도시에서 서중마을로 귀어한 사람들. 아직은 마을 토박이들에 비해 서툴러 어려움이 많지만, 힘을 내어 어촌에 적응해가고 있다. 귀어한 청년들을 주축으로 시작된 전복 양식업도 김 양식과 더불어 마을의 주 생산원으로 자리잡았다.
서중마을에 내려온 지 13년이 되었다는 김종현씨 가족도 하루 종일 바다 위 바지선에서 생활하며 20만 마리의 전복을 키우고 있다. 요즘은 전복이 더 크고 좋은 품질로 성장할 수 있도록 껍질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쩍 작업’이 한창이다.
“쩍 작업을 마치고 새 가두리 양식장에 넣으면 잘 먹고 잘 커서 마음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어요. 보람 있게 하려면 제가 더 노력해야죠. 전복은 바다가 키우는 게 아니고 사람이 키운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
- 김종현 (47) -
햇볕이 드는 날, 서중마을 강남원 씨의 김 작업장은 1만 3000장이 넘는 김으로 뒤덮인다. 이곳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동안 사라져 볼 수 없었던 전통방식으로 수제김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4시부터 시작되는 수제김 작업은 물김을 김발 위 나무 성형 틀에 부은 뒤, 볏짚으로 엮은 건조장에 붙여 말리면 완성된다.
기계식과 달리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져 매우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지만, 볕이 좋은 날 부지런히 널어도 물량이 모자를 만큼 찾는 이가 많기에 쉴 틈이 없다. 한 장 한 장 정성과 수고를 담아 만들어지는 김이 서중마을 사람들에게는 바다와, 바람과, 햇볕이 주는 선물과도 같다.
“사람 손의 감각으로 하죠. 많이 퍼지면 적게 떠야하고, 적게 퍼지면 많이 떠야 해요. 그렇게 한 장마다 신경을 써야하죠. 젊은 사람들은 지금 이 작업 하는 사람이 없어요. 지금 한 30년 만에 수제김 작업이 부활한거예요 “
- 정일선 (74) -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건 ‘고진김래’에요. ‘고진김래’. 고생 끝에 낙이 오잖아요. 이렇게 새벽3시부터 작업한 결과가 좋으니까‘고진김래’라고 해야죠.“
- 강남원 (60) -
힘든 일, 고된 일, 최선을 다한 일. 그 이후에 오는 달콤한 대가에 대하여 우리는 ‘고진감래’ -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라고 말한다. 한 해의 정성을 칼바람 속에서 보답 받는 사람들. 서중마을의 겨울은 ‘고진김래’의 계절이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