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왼쪽)이 20일 제네시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아들 테이텀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AFP연합뉴스
225평이 넘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저택에 폭포가 설치된 수영장, 여러 척의 모터보트와 개인 선착장…. 키 193㎝인 그의 약혼녀는 아이스하키 전설의 딸이자 모델인 폴리나 그레츠키다. 그와 아들을 하나 낳았고 둘째도 임신 중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자 더스틴 존슨(33·미국) 얘기다. 지난해 US 오픈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컵까지 챙긴 그는 마침내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도 올라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의 마지막 조각까지 맞췄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7,322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총 상금 700만달러) 4라운드. 존슨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순간 그린 주변에 앉아 관람하던 갤러리들은 모두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존슨이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세계 3위로 이 대회에 출전했던 존슨은 이날 우승으로 현행 세계랭킹 시스템이 시작된 1986년 이래 역대 20번째로 1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됐다. 지난주까지 1위였던 제이슨 데이(호주)는 공동 64위(2오버파)로 마치면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날 발표된 존슨의 랭킹 포인트는 10.2751점이었다. 데이는 2위(9.7720점), 2위였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위(9.1275점)로 한 계단씩 하락했다.
관심사는 존슨이 얼마나 오래 1인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타이거 우즈(42·미국)의 장기 집권이 끝난 이후 남자 골프계는 춘추전국시대였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2010년 10월30일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마틴 카이머(독일),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매킬로이, 애덤 스콧(호주), 조던 스피스(미국), 그리고 데이와 존슨까지 8명이 처음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우즈를 제외하면 데이의 47주간이 가장 길었을 만큼 절대 강자가 없었다. 존슨은 가공할 장타력과 정교한 쇼트게임을 갖추고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달라 보인다. 그는 악천후로 진행이 고르지 못했던 이번 대회에서도 62번째 홀까지 보기를 1개로 막을 만큼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존슨의 메이저 우승과 세계 1위 등극의 열쇠는 ‘파워 페이드 샷’이다. 존슨의 장타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폭발적이었지만 오랫동안 구사해온 드로(왼쪽으로 휘어지는 구질)로는 한계가 있었다. 일관된 방향성에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페이드(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구질)로 바꾸는 특단의 결정을 한 뒤 그는 그 결과로 지난해 코스를 까다롭게 조정하기로 유명한 US 오픈(오크몬트CC)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거리에 정확도까지 탑재하면서 지난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오프 3차전 BMW 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 우승컵을 보탤 수 있었다. 한편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새로운 세계 1위 탄생으로 골프팬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다만 타이거 우즈 재단이 운영에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즈가 시상식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