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가 해당 종목의 수급여건을 개선시켜 주가 상승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루 간의 매매 공백이 추세적인 주가 하락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매도 세력들은 공매도한 종목의 주가가 기대와 달리 떨어지지 않거나 반대로 오르면 서둘러 주식을 사들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 공매도 금지는 과거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했던 두 차례 기간(2008년 10월1일~2009년 6월1일, 2011년 8월10일~11월14일)에 시행돼 주가 안정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로 보면 공매도 금지가 주가의 즉각적인 반등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안정에는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며 “공매도 금지는 심리적으로 주가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3월 말부터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면서 동시에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장 종료 후 골라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거래소는 현재 당일 거래 중 공매도 거래 비중 및 비중 변화율, 주가하락율 등의 지표를 고려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관련 종목은 다음날 하루 동안 거래가 제한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갚아 차익을 얻는 공매도 세력에는 하루의 매매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도입된 공매도 대량보유자의 잔고 공시제도는 공매도 행위에 대한 규제보다 보고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과열 종목 지정제도는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시킨다는 점에서 해당 종목의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체적으로 공매도 과열 종목을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은 10개, 코스닥시장은 7개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당일 공매도 거래비중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20% 이상(코스닥은 15% 이상) △당일 종가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 △공매도 거래 비중이 과거 40거래일 평균 대비 2배 이상 증가(코스닥은 3배 이상 증가) 등의 조건을 적용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SDI·두산인프라코어(042670)·해태제과식품(101530)·제일약품·LS산전(010120)·한국금융지주(071050)·미래에셋대우(006800)·AK홀딩스(006840)·한세실업(105630)·넥센타이어(002350) 등이 이름을 올렸고 코스닥에서는 테스(095610)·HB테크놀러지(078150)·제낙스(065620)·태광(023160)·제넥신(095700)·에이티젠(182400)·케어젠(214370) 등이 속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