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희(한국인더스트리4.0 협회 사무총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걱정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동물은 지레 걱정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본능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뿐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걱정을 하거나 지레 몸을 사리기도 한다.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서다. 최근 펼쳐지는 인더스트리4.0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우려가 지나친 것 같다. 인더스트리4.0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 전망하거나 걱정부터 하는 것을 흔하게 보게 된다. 취업이 안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기업에서 사람 내보내는 것이 일상화되기는 하지만 인더스트리4.0이 이런 경향을 촉진할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지구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한국과 내 일자리를 먼저 살린다’라는 현실적인 생각을 선택한다면 로봇이 넘치고 자동화가 더 추진되면 될수록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것은 기우일 수 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논리가 성립한다. 로봇을 고용할수록 일자리가 늘어난다.
장인이 자신의 일을 로봇에게 넘긴 것을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가공 또는 용접과 같은 일, 부품 또는 제품을 옮기는 일은 사람이 참여할 영역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3D)이기에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로봇이 사람보다 숙련되지 못한 영역은 부품을 조립 또는 검사하는 일이었다. 아직 예외는 많이 있지만 이런 조립 및 검사의 영역에서도 로봇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코봇(협업을 하는 로봇)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 덕에 2018년 로봇의 판매는 2002년 대비 500%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로봇이 일자리를 줄인다고 보는가? 사실은 아니다. 예로서 미국의 고용율은 지금 증가하고 있다.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사실이다. 로봇의 적용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을 떠나 저임금국가로 진출했던 제조기업들이 미국으로 되돌아 올 수 있어 전체적으로 미국고용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애플을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3D업종에 해당하는 종목에서 일자리가 느는 것은 공장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면 올수록 간접적인 일자리를 포함해서 어딘가 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기업들은 이 기회에 인더스트리4.0이 촉진하는 높은 생산성을 토대로 이상적인 제조원가에 근접하게 됨으로써 굳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진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저임금을 토대로 세계의 생산중심이 되었던 중국 같은 나라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은 괜찮지만 중국을 떠나가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제조생산성이 낮은 중국전반의 일자리는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과거의 미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이제 지나친 걱정과 우려를 잠시 접고 사람고용이 어려웠던 분야부터 코봇을 과감하게 고용하자. 그럴수록 한국 내부의 일자리는 차츰 늘어나게 될 것이다.
서울경제 인더스트리4.0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