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는 슬프다" 목돈 필요해도 몸 아파도 의지할 곳 없어

한국행정연구원, 국내 사회통합 실태 조사 결과 발표
국민 중 한계적 상황 모면하기 가장 어려운 세대 60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은 4점 만점에 2.7점
노력에 의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 2.4점에 불과
국민 경제적 한계 상황 경험 정도는 학비>공과금>집세 순
전체64%, "성장과 분배 모두 동일하게 중요"

우리 국민 중 경제 위기, 정서적 박탈감 등 한계적 상황을 모면하기 가장 어려운 세대가 6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상당수는 노후 준비나 중병 대처와 같은 미래에 대한 대비도 매우 미흡했다. 국민 대다수는 한국사회의 주된 갈등의 원인 역시 빈부격차 등 주로 경제적 이익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를 담은 ‘국내 사회통합 실태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 면접을 진행한 결과다. 국민 행복감·사회적 소통·신뢰·공정성 등 부문별로 심층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이념이나 경제적 지위에 기초한 사회 갈등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저조했고, 특히 저소득·저학력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컸다.

세대별 위기 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응답 비율. /자료제공=한국행정연구원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경험 여부. /자료제공=한국행정연구원
◇문제는 경제야=국민 중 한계적 상황을 가장 모면하기 힘겨운 세대는 60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목돈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응답은 60대가 32.7%로, 30대(21.3%)·40대(23.7%)와 비교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몸이 아픈 경우나 우울한 경우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거라 응답한 세대 역시 60대가 가장 높았다. 대체로 서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10∼20대 초반에 행복도가 정점에 달했다가 학업을 마치고 본격 사회생활에 뛰어들면서 하향곡선을 그린다. 40대 후반∼50대 초반 최저치를 찍은 이후 60대에 이르러 10대 후반∼20대 초반을 뛰어넘는 행복도를 보인다. 자녀 양육 부담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연금시스템을 비롯해 노후 복지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 있어 노년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같은 현상과 달리 20대 초반을 정점으로 행복지수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안한 노후가 이처럼 행복지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사결과 우리 국민의 노후 준비 정도는 4점 만점에 2.1점, 중병 대처를 위한 경제력 정도는 1.9점으로 미래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한계 상황 경험 정도는 학비, 공과금, 집세 관련 경험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학비 문제로 인한 대출 경험은 9.5%, 공과금 미납 경험은 7%, 집세 상승으로 인한 이사 경험은 6.9%로 집계됐다.

국민은 향후 10년간 우선적으로 이뤄야 할 국가목표에 대해 ‘경제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성장이 42.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국방 강화가 27.8%로 뒤를 이었다.

전체 조사대상의 64%는 경제 성장과 분배 모두 중요하다고 여겼다. 성장과 분배가 모두 중요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중 63.9%, 성장이 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은 19%, 분배가 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은 17.1%로 나타났다.

성장과 분배 가치에 대한 설문 결과. /자료제공=한국행정연구원
◇정부·공직 신뢰도 바닥=우리 국민의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특히 국회나 중앙정부, 법원이나 검찰과 같은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게 나타났다. 기관에 대한 신뢰 인식은 4점 만점에 1.7점에서 2.5점까지 낮게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국회에 대한 신뢰 인식이 1.7점으로 기관 유형 중에 가장 낮았다. 중앙정부 부처나 검찰도 2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의료기관이나 교육기관은 2.5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기관별 신뢰 인식과 유사하게 우리 국민의 기관별 청렴도 인식도 낮았다. 국회의 청렴도 인식은 4점 만점에 1.6점, 중앙정부 부처의 경우 1.9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여당과 야당, 중앙정부와 국회 간 협력성에 있어서도 설문 참여자 대다수는 매우 낮은 점수를 췄다. 여당과 야당 간 협력 정도는 4점 만점에 1.6점, 중앙정부와 국회 간 협력 정도는 1.8점에 불과했다.

정부의 공정성과 관련된 우리 국민의 인식도 전반적으로 낮았다. 국회가 1.9점으로 가장 낮고, 검찰·경찰도 각각 2.2·2.3점으로 낮았다. 행정기관의 경우 2.6점으로 다른 기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리 국민의 사회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4점 만점에 2.1∼2.6점까지 낮게 분포했다. 특히 정치 활동, 대기업·중소기업의 관계, 경제·사회적인 분배구조가 2.1점으로 가장 낮았다.

사회 갈등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설문 참여자 대다수는 구조나 행태의 문제를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사익추구, 빈부격차, 상호이해 부족 등에 대한 응답이 각각 23.1%, 22.1%, 17.5%로 높게 나타났다.

영역별 사회갈등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근로자와 고용주, 빈곤층과 중·상층 간 갈등을 높게 인식했다.

사회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자료제공=한국행정연구원
◇자신감 잃은 국민, 소통·참여 저조= ‘잘 살고 있다’ 여기는 우리 국민의 주관적 웰빙 인식은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행복감 인식은 10점 만점에 6.4점, 삶에 만족하는 정도는 5.9점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경향은 소득이나 학력이 낮을수록 더욱 낮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은 4점 만점에 2.7점, 노력에 의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은 2.4점에 그쳤다. 정치 상황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2.8점, 경제 상황 만족도는 3.3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연속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꾸준한 관심과 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경제 등 국가 전반에 걸쳐 국민의 신뢰도는 저조하지만 이를 위한 적극적은 소통과 참여는 저조했다. 국민의 정당·시민단체와 같은 공적 참여는 낮았고, 동창회·향후회·동호회와 같은 사적 참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창회·향우회·동호회 참여(적극 활동+가끔 활동)는 전체 응답자 중 약 54%에 이르지만, 정당과 시민단체 참여는 각각 1.2%, 1.5%에 불과했다.

사회참여와 관련해 국민은 적극적인 단체활동에 비해 법규 준수나 세금 납부와 같은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 수행을 보다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규 준수와 세금 납부는 7점 만점에 6.1점, 투표 참여는 5.8점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사회·정치단체 활동은 4.2점으로 보통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 참여 경험과 관련해 우리 국민은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주변인과 대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탄원서나 민원 신청 등 적극적인 참여는 낮았다. 현안에 대한 주변인과의 대화의 경우 응답자 중 69.3%가 지난 1년 간 경험한 것으로 응답한 반면, 탄원서 제출·민원 전달·의견 제시 등은 각각 5.6%, 6.1%, 6.7%에 그쳤다.

사회 집단 간 소통과 관련해서는 우리 국민은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소통에 비해 이웃이나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낮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 소통은 4점 만점에 3.2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이웃 간 소통이나 세대 간 소통은 2.4점으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정부와 대 국민과 소통에 있어서 설문 참가자 대다수는 그 수준을 낮게 인식했다. 정부와 국민 간 소통에 대한 인식은 4점 만점에 2점 이하로 낮았으며, 국회가 1.7점으로 가장 낮았다. 중앙정부가 1.8점, 지방정부나 지방의회가 2.0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저성장 속 양극화 심화, 세대 간 이념·정서적 간격 증대 등 한국사회의 갈등요소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온정과 배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약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가 사회통합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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