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北, 추가테러 가능성"...태영호 '김정남 다음 타깃' 우려에도 활동 강행

황 "탈북인사 신변보호 만전...내달 한미연합훈련 굳건히"
윤병세 "북핵 동결에 보상협상 안돼" 美에 입장 전달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신변 안전을 우려하는 정보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부활동을 강행하기로 21일 결정했다. 당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태 전 공사 신변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활동 중단 방침을 세웠으나 태 전 공사가 계속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추가 테러 가능성도 있다”며 “탈북인사 등에 대한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황 대행은 전날 김정남 살해 사건을 ‘제3국에서 발생한 북한의 테러’로 규정하고 한국에서의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태영호 ‘다음 타깃’ 우려에도 활동 강행 의지=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태 전 공사의 외부 강연, 언론 인터뷰 등 공식 활동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태 전 공사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그 어떤 위협이 조성된다 해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활동을 중지할 수 없다”며 활동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태 전 공사도 자신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태 전 공사는 19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김정은이) 당신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느냐”고 묻자 “물론이다. 왜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앞선 15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탈북민을 암살하기 위해 현재 2명의 남성이 국내에 잠입했으며 태 전 공사가 1순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태 전 공사 등 주요 탈북 인사의 밀착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상황이다.


◇황 대행 “추가 테러 가능성 있다”=황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북한의 추가 테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황 대행은 “대테러센터 등 관계기관은 테러 대응태세를 다시 한번 점검하라”면서 “탈북인사 등에 대한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대행은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등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빈틈없이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며 “안보 정책으로 내부 갈등이 확산되거나 분열 양상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속한 배치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병세 “핵동결 놓고 협상해서는 안 돼”=이런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핵동결’에 대해 보상하는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윤 장관의 말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 핵시설 가동 중단 등 핵동결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만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윤 장관은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 북한이 미국에 대해 느끼는 체제불안 또는 공포를 경감해주면서 동시에 비핵화를 추진하는 ‘병행협상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체제 협상 병행론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경우 중국이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다. 윤 장관은 이런 방법에 미국이 동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맹준호·류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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