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퀄컴에게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삼성과 공정위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 결정으로 퀄컴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이 퀄컴에 지급하는 특허료가 줄어든 만큼 삼성이 공정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퀄컴의 법무 책임자 돈 로젠버그는 “(공정위의) 부정확한 결정은 상업적 이익에 크게 영향받은 부당한 절차의 산물이라고 본다”며 “우리 사건을 감독한 공정위의 전 부위원장과 삼성의 관련에 대해 특검이 수사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로 우리의 우려는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와 삼성은 곧바로 ‘억측’이라고 반박했지만 퀄컴의 의혹 제기는 연쇄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외신들은 특검 수사가 한국 공정위의 제재로 위기에 몰린 퀄컴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는 기사를 내고 있다. 22일 진행되는 퀄컴과 공정위의 행정소송에서 삼성 특검이 퀄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와중에 이 부회장이 글로벌 행사를 직접 챙기지 못하게 된 것도 삼성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3월 말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보아오포럼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을 만나 활발한 교류 활동을 펼쳤다. 이 부회장은 3월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4월5일 열리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 이사회 참석도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매년 4차례 열리는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참석, 글로벌 경영 역량을 확대해왔다. 재판이 장기화될 경우 올 7월 미국에서 열리는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외국 주요 기업 CEO와의 교류가 끊기게 됐다”며 “새로운 사업 진출이나 신규 투자 등의 차질이 점점 더 현실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