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WBC대표팀 박수·격려 필요한 때”

후배들에 "주눅 들지 말라" 조언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12일 오후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삼성 라이온즈 팀 전지훈련을 위해 공항에 도착한 이승엽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지금은 대표팀을 향한 박수와 격려가 필요한 때다.”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1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서는 0-4로 졌지만 대회에 들어서면 집중력이 달라진다”며 “팬들께서 기다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야구 대표팀이 평가전 대패에 주눅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조언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시원한 홈런포로 돌파구를 만든 ‘국민타자’였지만 그도 태극마크의 무게에는 힘겨워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며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난 일본과의 시합에서 8회 2타점 결승 2루타를 쳤다. 2006년 WBC에서는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홈런을 치는 등 대회 기간 총 5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만난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8회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화려한 순간만을 기억하는 이유다. 정작 당사자는 그 때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무릎이 아팠고, 2006년 WBC에서도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예선 내내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는 “만약 고비처에서 홈런이나 2루타를 치지 못했다면 평생 엄청난 짐을 안고 살았을 것”이라며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2013년 WBC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그는 이제 2017년 WBC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입장이다. 이승엽은 “야구는 전력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며 “미리 걱정하거나 주눅 들지 말라”고 주문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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