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연 이후 약 3년 만에 재연을 알리며 2017년 상반기 화제작으로 손꼽힌 뮤지컬 <더데빌>이 지난 14일 개막, 베일을 벗었다. 기존의 3인극에서 4인극으로의 캐릭터 재구성, 기존 뮤지컬 넘버의 70%이상 재편곡 등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며 돌아 온 <더데빌>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사진=알앤디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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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보다는 넘버와 각 장면의 이미지를 통해 마치 한 편의 쇼를 보는 것 같은 <더데빌>은 확실히 지금까지 보아 온 뮤지컬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서사를 뼈대로 삼으며 설명적인 대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상태와 심리를 표현한다. 텍스트화된 대사와 뚜렷한 기승전결로 작품을 구성하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통해 구성된 <더데빌>은 전에 본 적 없는 참신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 했다. 이러한 <더데빌>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실력파창작진들의 공이 크다. 이지나 연출은 <도리안그레이><곤 투모로우><잃어버린 얼굴 1895>등 전작을 통해 드러낸 바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탐미적인 연출에 인간의 ‘선택’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결합해 <더데빌>만의 현실과 초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담은 이미지를 완성했다.
또한 별도의 무대 전환 없이 조명을 통해 드라마를 부각시키는 <더데빌>은 가히 색과 빛을 통해 만들어가는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원유섭 조명디자이너는100여대가 넘는무빙라이트를 사용해 소극장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강렬함을 선사했다.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선보인 2층 높이 X자 형태 무대는 얽혀있는 4명의시선이 결국 하나의 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점과 X의 시선에 대한 표현하고 있으며 강렬한 조명이 더해지면서 각 캐릭터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다 격정적인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기존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 빚어낸 <더데빌>은 확실히 낯설지만 이러한 낯섦과 불편이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아낸 강렬한 넘버가 화제다. 총 25곡의 넘버로 구성된 <더데빌>은 강렬한 록 비트와 웅장한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유혹과 선택, 그 사이에 선 인간이 느끼는 좌절, 고뇌, 애정, 후회 등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특히 넘버를 통해 서사를 채우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만큼 작품 속 넘버의 역할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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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곡 ‘BLACK MONDAY’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며 연인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인간 존 파우스트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월가의 아침을 그린다. 그러다 하루 만에 주가가 22.6% 폭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멘트와 넘버가 서로 충돌하면서 불안정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존의 상황과 함께 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본격적인 <더데빌>의 시작을 알린다.자신은 물론 자신의 고객들이 모든 걸 잃고 좌절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존 파우스트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모두가 그를 거절한다. 이 때 마치 한 몸처럼 마주 서 있는 X ? White와 X ? Black은 인간 존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하는데, 듀엣곡‘제안’은 두 사람의 X가 존 파우스트로 하여금 자신을 택할 것을 종용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강렬한 록 비트를 자랑하는 ‘BIG TIME’과 ‘POSSESSION’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상징하는 X ? Black과 존 파우스트의 듀엣곡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싶은 존의 욕망을 표현한다. 거듭되는 존의 악행과 타락으로 인해 존의 선한 영혼이며 양심의 상징인그레첸이 생명을 다해 죽은 후 무대에 울리는 ‘LACRIMOSA’는 웅장하면서도 매우 슬픈 멜로디로 존의 선택이 어떤 결말에 다다를지 암시한다.
이어지는 ‘MAD GRETCHEN’은 그레첸의 솔로 넘버로 만류와 애원에도 자신을 외면하며 어둠을 택하는 파우스트를 바라보며 변해가는 그레첸의 분노 어린 감정을 담았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 돌이킬 수 없는 선택과 결국 남는 것은 덧없는 후회뿐인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 ‘피와 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X - White역의 임병근 배우는 무대를 장악하는 존재감으로 강렬한 선(善)의 의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최근 JTBC [팬텀싱어] 우승으로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폭된 고훈정 배우는뛰어난 가창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형균 배우는 클래식과 록을 오가는 어려운 넘버를 무리 없이 소화함은 물론 안정된 연기력으로 ‘가장 신(神)적인 X ? White’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장승조, 이충주 두 배우는 각기 다른 느낌의 X ? Black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장승조 배우가 미성의 고음과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면 이충주 배우는 남성미 넘치는 저음을 자랑하며 무게감을 더한 X ? Black을 표현했다. 오는 23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박영수 배우는 초연의 X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X ? Black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뮤지컬 <더데빌>은 오는 3월 초 마지막 티켓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4월 3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