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성직자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 호주 가톨릭 주교의 고백

교회 아동성학대 조사 청문회서 발언 파장

21일 호주 교회의 아동 성학대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장에서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교구를 맡은 빈센트 롱 반 응우옌(Vincent Long Van Nguyen) 주교가 자신이 받았던 성학대에 대해 고백하면서 특별위원회의 폭넓은 조사를 촉구했다. /가디언 호주판 화면캡쳐
“저도 당시 어른이었지만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성직자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였습니다”

21일 호주 교회의 아동 성학대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의 시드니 청문회장 안은 한 가톨릭 주교의 고백으로 술렁였다.

22일 호주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교구를 맡은 빈센트 롱 반 응우옌(Vincent Long Van Nguyen) 주교로, 1981년 베트남 난민으로 호주에 도착했다. 또 베트남계로는 호주 최초로 주교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응우옌 주교는 이어 “그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며 “다른 희생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위한 정의와 존엄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진실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파라마타 교구를 맡아 성학대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고통을 나누려 했다며 그들 상당수는 교회의 처리 방식에 만족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증언하는 내내 박수가 이어졌고 성학대 피해자와 가족들은 나중에 그에게 다가가 용기 있는 발언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일부는 응우옌 주교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가디언 호주판은 전했다.

또 응우옌 주교는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직함이나 특권, 교회의 관습적인 힘은 성직자의 우월성과 엘리트주의를 야기한다며 사제들의 권한을 교구민들에게 더 나눠 주라고 요구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6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호주 교회의 아동 성학대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2013년 특별위원회가 설치된 뒤 교회와 관련한 청문회로는 이번이 15번째로 마지막이다. 이 청문회에는 호주의 대주교 7명 중 6명을 비롯해 많은 교회 관계자들이 나와 성학대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일들을 진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청문회 기간 중 최근 수십 년간 5,000명 가까운 사람이 성학대를 받았다고 신고했지만, 호주 가톨릭계는 이들의 주장에 사실상 눈을 감아온 것이 낱낱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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