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컨설팅 그룹 민(MIN)의 박성민 대표는 한국 보수가 힘을 잃은 증거로 그동안 보수를 지탱해왔던 7가지 기둥의 몰락을 지적한다.
첫째, 지식인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지식사회는 보수학자들에 의해 지배돼왔다. 대학사회 역시 이들 학자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대부분 진보진영의 학자나 지식인 그룹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식사회의 권력이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한 것이다.
둘째, 언론이다. 1990년대까지 한국 언론시장은 보수언론의 힘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이 되면서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이 뚝 떨어졌고 동시에 보수언론의 힘도 약해졌다. 지금 젊은이들은 매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제목과 내용만을 볼 뿐이다.
셋째, 기독교다. 풀뿌리 수준에서 교회는 보수를 유지하는 핵심 기둥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독교는 신자 수가 줄어드는 등 교회권력이 크게 흔들이고 있다. 과거 한경직 목사처럼 보수나 진보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도 없다.
넷째, 문화다. 문화는 역사적으로 진보의 영역이었지만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문화 분야는 이문열·서정주 등 보수적 인물들의 영향력도 매우 컸다. 그러나 이제 문학·영화 등 문화의 영토 또한 진보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다섯째, 기업이다.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우리 국민의 큰 자부심이었다. 특히 외국을 다녀본 사람들은 우리 대기업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애국심도 키웠다. 하지만 이제 대기업들은 불공정·부패의 멍에를 쓴 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섯째, 권력기관이다. 청와대·국정원·검찰 등 권력기관의 권위와 힘은 보수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 권력기관은 조롱거리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일곱째, 정당이다. 과거 보수정당은 당대 최고의 엘리트 집합소였다. 1960~1970년대에는 육사 출신이, 1980년대에는 법조인 출신들이, 1990년대에는 운동권 엘리트의 진출이 많았다. 나름 조직에서 리더십 훈련과 정치적 감각을 훈련받은 세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정당에서 훈련받은 엘리트 인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변호사 등 전문직들이 정치에 입문하고 있으나 새색시처럼 국회에 들어와서야 정치를 배운다. 정당이 ‘인턴기관화’한 셈이다.
박 대표는 결론적으로 “보수에는 존경할 인물도 매력도 없고 능력도 별로 인 것 같다”고 진단하며 “이제 보수와 진보가 전략적으로 대등한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