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서 경쟁자'로…이해진·김범수·이준호 결제시장 진검승부

[STORY 人] NHN 출신 3인방 모바일 전쟁 2라운드
10년간 한솥밥 먹으면서 네이버 1위로 키운 뒤
각자도생하며 게임·모바일분야서 엎치락뒤치락
실탄장전 카카오·발빠른 페이코, 네이버 대추격



10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네이버를 1등 플랫폼으로 키운 세 명의 동지가 메신저 시장, 검색 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진검승부에 나섰다. 이번 전쟁에 뛰어든 검투사들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181710) 회장이다.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의 꿈을 키워가던 이들의 연결고리는 이해진 의장이다.

셋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선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다. 나이는 김범수 의장이 한 살 많지만 재수를 한 탓에 학번이 같다. 이해진 의장은 컴퓨터공학, 김범수 의장은 산업공학을 각각 전공했다. 둘은 지난 1992년 나란히 삼성SDS에 입사했으며 이후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컴을,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을 각각 창업하게 된다. 둘은 포털과 게임의 시너지를 위해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을 합병하고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해서 NHN이 탄생했다.

이준호 회장은 이해진 의장과 같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이해진 의장의 3년 선배다. 이준호 회장은 숭실대 교수 재직시절에 검색 전문업체인 서치솔루션을 창업했다. 서치솔루션은 2000년 과 후배인 이해진 의장이 이끌던 네이버컴과 합병했고 이준호 회장은 NHN의 주요 경영진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서울대 컴공과 선후배인 이해진·김범수·이준호 셋은 한 곳을 바라보며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2007년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이 갈라섰다. NHN은 ‘넥스트 휴먼 네트워크’라는 뜻 외에 네이버·한게임·네트워크의 영어 앞글자를 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셋이 힘을 합쳐 네이버를 1위 포털사업자로 키웠다. 하지만 2007년 김범수 의장이 NHN을 떠나면서 협업은 끝났다. ‘NHN의 게임 부문이 포털 부문에 밀리면서 김범수 의장이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호 회장은 2013년 NHN을 네이버와 NHN엔터로 인적분할하면서 NHN엔터를 맡았다. 당시 이해진 의장의 NHN 지분이 4.64%, 이준호 회장의 지분이 3.74%였던 터라 이해진 의장이 확실한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결별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는 2014년 보유 중이던 NHN엔터 주식 전량(144만6,990주)을 매각하며 네이버와 NHN엔터 간의 지분 관련 연결고리도 끊었다.

이해진 의장과 갈라섰던 김범수 의장은 3년 뒤 카카오톡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며 메신저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카카오톡으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했다. 이에 네이버는 ‘네이버톡’을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지만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한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카카오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1승1패’가 됐다. 또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며 네이버가 독점하고 있는 검색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오히려 네이버의 위상만 굳건해지는 상황이다.

모바일 메신저와 검색 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질 듯하다. 간편결제 시장은 승자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10년 전부터 간편결제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중국도 사실상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의 양강 구도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 역시 한 개 또는 두 개 사업자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은 NHN의 적자(嫡子)인 네이버가 쥐고 있다. 2014년 말 ‘라인페이’를 일본 시장에 출시한 데 이어 2015년 6월에는 국내에 ‘네이버페이’를 출시하는 등 이해진 의장의 장기인 치밀한 전략이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와 NHN엔터가 각기 다른 승부수로 뒤집기를 노리고 있어 관련 판세가 어떻게 뒤집힐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평도 나온다.

김범수 의장 특유의 ‘위임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는 카카오는 이달 21일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전세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이준호 회장은 오는 4월 ‘페이코’ 사업부를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후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NHN엔터가 인적분할 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페이코의 성공으로 흐름을 바꾸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이준호 회장이 최근 각종 사업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한발 빠른 행보로 순위를 바꿔보겠다는 속셈이다.

한편 김범수 의장과 이준호 회장은 몇 년 동안 사업을 같이 해온 만큼 두터운 친분이 있었지만 지난해 NHN엔터가 카카오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관계가 예전만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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