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랑' 이다인,'견미리 딸' 넘어 온전한 배우로 내딛은 첫 발자국

배우가 온전히 연기로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일.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신인 배우 이다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던 소망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화랑’에 출연했던 이다인은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여느 스타 2세들이 그러하듯 ‘견미리 딸’, ‘이유비 동생’이라는 가족에 대한 수식어가 자신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때문에 배우 이다인을 재평가 할 수 있었던 이 작품이 그에게는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배우 이다인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1,500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화랑’에서 이다인은 극 중 수호(최민호 분)의 여동생이자 반류(도지한 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수연 역으로 출연했다. 특히, 많지 않은 분량이었음에도 분량을 늘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쇄도할 만큼 반류와 수연의 러브라인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도)지한오빠와는 언제부터 편해진 건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서로 행동이나 동선 같은 것들에 대해서 상의를 많이 하면서 ‘반연커플’의 케미를 잘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스킨십에서는 저희가 갑자기 나와서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서 의논을 많이 했죠”

사전제작 드라마였던 ‘화랑’을 촬영한 시기는 작년 여름. 연일 기록적인 폭염 속에 두꺼운 의상을 입고 고생했음에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고아라, 최민호를 비롯한 또래 배우들이 많았던 현장 분위기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쉽게 만나기 힘든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었다.

배우 이다인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극 중 수연은 ‘내 남자는 내가 지켜’라고 말하고 다닐 만큼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걸크러쉬’ 매력을 내뿜으면서도, 반류에게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캐릭터였다. 이다인 역시 이러한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주변 동료배우들도 수연 역을 탐냈어요. 잘 소화만 하면 충분히 사랑 받을만한 좋은 캐릭터였으니까요. 막상 수연이를 맡게 됐을 때 정말 좋고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도 들더라고요. 결국 아무리 좋은 캐릭터도 배우가 잘 살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시청자들은 수연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살린 이다인에게 호평을 보냈고, 엄마이자 연기자 대선배인 견미리 역시 연기자로서 한 뼘 성장한 딸을 응원했다.


“처음 등장한 2회는 정말 잠깐 나왔어요. 그때 엄마가 적은 분량인데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서 좋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주변 분들에게 제 자랑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죠”

사실 이다인은 ‘여자를 울려’부터 ‘화랑’을 만나기 전까지 짧지 않은 공백기가 있었다. 물론 수연이라는 좋은 캐릭터를 만나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과정이었겠지만, 그 시기를 지나오는 동안 가족에게도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에 대한 조바심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으로 인한 선입견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연기력으로 증명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저에 대한 선입견들이 속상했는데, 그걸 바꿀 수 있는 건 저 밖에 없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연기를 먼저 보시고 나서 제 가족관계를 알게 된 분들도 많더라고요. 누구의 딸이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댓글들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죠”

배우 이다인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유명배우 ‘견미리의 딸’이기 때문에 겪는 딜레마는 배우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줄곧 그를 따라다녔다. 때문에 ‘너도 커서 배우할거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도 0.1초의 망설임 없이 ‘아니오’라고 답할 만큼 이다인은 배우라는 길에 전혀 뜻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처럼 웹드라마 ‘스무살’에 캐스팅되면서 이다인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됐다.

“‘스무살’에 캐스팅 되고나서 고민이 많았어요. 대중들 앞에 나섰을 때 제가 가장 무서워했던 것들을 겪을 거라는 걸 알았고, 저에 대한 자신감도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얻는 기회는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는 자리고요. 이 기회를 저의 두려움과 겁 때문에 놓친다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곱지 않은 시선이 있겠지만 스스로 단단해지고 용기를 가지면 점점 그 시선도 애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죠”

연기라는 것이 정답이 없는 탓에 하면 할수록 고민을 안겨주지만, 사람 이주희(이다인 본명)에게도 연기는 분명 터닝포인트였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족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던 것을 깨준 것이 바로 연기였다.

“연기 선생님께서 너무 답답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참고 살아서 그런지 감정이 올라왔는데도 터트리지 못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느끼는 감정 그대로 표혆면서 심장을 말랑말랑하게 만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모든게 다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연기를 접하면서 저라는 사람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배우 이다인에 대해 정의 내리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 여전히 그는 각종 오디션에 지원하며 작품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화랑’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다인은 배우로서 의미 있는 첫 걸음마를 뗀 것은 분명했다.

“차근차근 조금씩 나아가려고 해요. 지금처럼 저를 응원해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게 열심히 오디션보고, 준비도 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연기적으로도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서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늘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느리더라도 조금씩 나아가려고 해요. 지켜봐주세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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