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탈출 4가지 조건] ① 고객예탁금 제자리걸음…'개미 투자심리' 살려야 상승 이어진다

② 대형주만 상승·중소형주 소외땐 상승 한계
③ 美금리인상·佛대선 등 외부변수 관건으로
④ 기대대로 실적 호조땐 외국인·기관 쌍끌이



코스피가 1년 7개월여 만에 2,100선에 다시 올라서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증시 주변 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제자리다. 글로벌 증시 상승에 국내 증시도 실적과 수급을 바탕으로 오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에게 증시 상승은 남의 일이다. 오는 3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4월 프랑스 대선 등 앞으로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변수들이 잇따른 상황에서 증시 대기 자금의 정체는 코스피의 2,100선 안착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피가 지난 5년간 지루했던 박스권(1,850~2,100포인트)을 뚫고 상승세를 타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정리해봤다.

① 얼어붙은 개인 투자심리 개선

올 들어 코스피는 3.77% 올랐지만 ‘개미’의 투자심리는 아직 한겨울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21조1,056억원으로 지난해 말 21조7,601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금액이다. 앞으로 증시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고객예탁금은 늘지만 반대인 경우 감소한다. 고객예탁금은 올 들어 국내 증시 상승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개인의 투자심리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얘기다. 시장의 신용융자잔액이 7조원 초반대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특히 개인은 이달 들어서만 1조5,290억원을 순매도하며 기관(5,093억원), 외국인(3,047억원)과 대조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한 시장 상승의 바통을 개인이 이어받아야만 박스권을 뚫고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삼성전자(005930) 나홀로 상승 그만


개인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은 최근의 상승장을 대형주가 이끌며 소외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끌어올리면서 개인은 시장의 왕따로 변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투자하는 코스피 대형주의 연초 대비 21일 기준 수익률은 4.18%로 시장 수익률(3.77%)을 웃돌았다. 반면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중형주(2.02%)와 소형주(1.20%)는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고 코스닥은 마이너스 수익률(-1.42%)을 기록했다. 특히 개인은 장중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의 ‘휴먼인디케이터(인간지표)’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먼인디케이터는 증권가에서 흔히 ‘뒷북을 때리는 투자자’라는 속어로 쓰인다. 실제 2011년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 그래프 추이를 보면 거꾸로 그린 삼성전자의 개인 순매수 그래프를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개인이 삼성전자를 사면 한 달 뒤 주가가 고점을 찍고 떨어지고 반대로 팔면 주가가 상승해왔다는 의미”라며 “주가가 비싸 개인투자자는 가격을 추가로 올리면서까지 주식을 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③ 외부변수 안정적 신호 보내줘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럽의 정치 리스크도 코스피 박스권 탈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4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밝히면서 3월 중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금리 인상은 최근 안정세로 접어든 외국인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맥락에서 22일(현지시간) 저녁 발표될 연준의 2월 FOMC 의사록에 어떤 발언들이 담겨 있을지 주목된다. 4월 말 예정된 프랑스 대선 역시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의 당락 여부에 따라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④실적 기대감 이어져야

최근 부쩍 높아진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기대감이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2,100선을 돌파했음에도 여전히 이익 개선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7배로 청산가치인 1배를 밑돌고 있다. 미국(3.07배), 일본(1.35배), EU(1.81배) 등 선진 증시는 물론 중국(1.66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이익 대비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대로 받쳐준다면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 유입이 계속돼 코스피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의 전년 대비 이익증가율은 20%로 13% 수준인 글로벌 기업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이경운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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