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빨간머리 N’, ‘약치기 그림’
# “괜찮아, 너만 XX인 게 아니란다” 대학생 최지현(26)씨는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 끼여 스마트폰을 보다가 픽,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화면을 꽉 채운 한 장짜리 그림 속에 담긴 ‘사이다’ 같은 한 마디 때문이다.
직장인 한현지(25)씨도 요즘 직장인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은 한 장짜리 그림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 씨는 “상사에 치이고 일에 치여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2030세대들 사이에서 최근 급속도로 뜨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짤툰(사진을 의미하는 신조어 ‘짤’과 만화(cartoon)의 합성어다. 짤툰은 바쁜 시간을 쪼개 즐기는 스낵컬처(Snack culture) 흐름과 스마트 기기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의 대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스낵컬처는 스낵처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 트렌드를 말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웹툰과는 다른 짤툰만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 짤툰은 정해진 스토리나 주제 없이 일상 속 에피소드에서 느끼는 ‘감정’에 집중한 콘텐츠다. 한 컷 안에 자세한 설명 없이 특정 상황만을 묘사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할 여지를 제공한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 교수는 “짤툰은 기승전결 틀에서 벗어나 감정에 집중하다 보니 사람들이 공감하는 특정 지점을 잘 간파하면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짤툰의 흥행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인스타그램(Instagram)’이다. 한 컷짜리 짤툰이 게시물 당 한 장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의 둘러보기(인기 게시물이나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추천 콘텐츠를 모아주는 서비스), 해시태그(Hash tag·특정 단어 앞에 ‘#’ 기호를 붙여 써서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서비스) 등의 기능까지 더해져 짤툰의 확산에 한몫했다.
하지만 쉽고 빠르게 소비하는 콘텐츠로 인식되다 보니 짤툰 작가들과 독자들간 종종 ‘저작권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대학생 이은수(23)씨는 “얼마 전 한 짤툰을 과행사 홍보물에 사용했다가 소송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며 “쉽게 공유할 수 있는 SNS 특성 때문에 (짤툰의) 저작권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짤툰으로 수익을 얻는 일부 작가들의 경우 작가의 허락없이 무단 배포·사용하는 이들 때문에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사이다’ 같은 짤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양경수씨는 “짤툰을 쉽게 사용하는 몇몇 개인 혹은 기업들이 있다”며 “짤툰도 하나의 창작물로써 저작권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디지털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사용자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가람기자 ·최재서인턴기자 garamj@sedaily.com
‘짧지만 강렬한 ‘짤툰’, 2030 마음을 사로잡다‘ QR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