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문예진흥기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지원 배제 사태로 상처받으신 예술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예술인과 관련 문화단체에 대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이하 문예위)가 23일 홈페이지(arko.or.kr)를 통해 ‘위원장 및 임직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문예위는 국민과 예술가를 위한 기관으로서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야 한다는 본령에서 벗어나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실질적으로 집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한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예위는 사과문에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관으로서 힘이 없었고 용기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외부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특검 수사에 충실히 임했고 감사원 감사도 진행중… 이런 일련의 조사로 사과가 늦어진 점 혜량해 주시기 바란다”며 “저희가 책임져야할 일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위원 선정방식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대폭 개선하고 옴부즈맨 제도를 신설했으며 복원돼야 할 사업들을 다시 세우고 예산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소신 있게 일하고 자율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예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문화예술 창작 지원, 인력 양성 등을 위해 매년 2,000억원 이상의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한다. 최근 공개된 올해 지원 대상에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서울연극제 등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문화예술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