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평균 5% 가까이 오르면서 토지 소유주들의 보유세 부담도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땅값 상승폭이 컸던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세 부담이 최대 30% 가까이 증가하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50만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23일자로 관보에 게재한다고 22일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평균 4.94% 올랐다. 이는 지난해의 4.47%보다 0.47%포인트 높은 것이다. 전국 50만필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3,230만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 및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의 과표로 활용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8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013년 이후부터는 매년 상승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토부는 “정부·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른 토지수요 증가와 제주·부산 등 일부 지역의 활발한 개발사업 등이 공시지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뜨거운 제주 땅값…올해도 18.7% 급등=지난해 공시지가가 19.35%나 뛴 제주도는 올해 역시 18.66% 오르면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주도 토지 가격 급등의 가장 큰 힘은 중국 투자자들의 유입과 이에 따른 개발 붐이다. 여기에 혁신도시·제주헬스케어타운·제2공항 등 대규모 국책사업까지 더해져 땅값 급등세를 부추겼다.
수도권 땅값은 엇갈렸다. 서울은 5.46% 오른 반면 경기도는 3.38%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인천은 1.98% 오르는 데 그쳐 전국 광역시도 중 상승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땅값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마포구다. 1년 사이 12.91%나 뛰어 전국 시군구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상암디지털미디어센터(DMC) 활성화에다 경의선로 공원화, 대규모 뉴타운 사업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땅값도 희비가 엇갈렸다. 홍대 상권과 이태원 상권은 각각 18.74%, 10.55%나 뛰었지만 강남의 대표적 상권인 가로수길과 강남역은 5%대 상승에 그쳤다.
◇지가 급등지역 보유세 부담 최대 30% 늘 듯=땅값이 오른 만큼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원종현 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세금팀장에게 의뢰한 올해 주요 토지의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 공시지가가 지난해 7억4,544만원에서 올해 8억8,521만원으로 18.7% 뛴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의 1,553㎡짜리 땅은 보유세 부담이 28%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땅의 지난해 보유세는 재산세 356만원, 종합부동산세 94만원 등 총 45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재산세 428만원, 종부세 148만원 등 576만원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땅값이 5.26%밖에 오르지 않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124㎡짜리 대지도 올해 세 부담은 9.7%나 늘어난다. 지난해 226만9,000원이던 보유세가 올해는 248만9,000원으로 뛰는 것. 이 땅의 보유세 부담 증가율이 땅값 상승률의 2배에 육박하는 것은 지난해 4억9,595만원이던 공시지가가 올해는 5억2,206만원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인 5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지 않은 소규모 저가 토지 소유주들의 보유세 추가 부담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땅값 20% 뛴 삼성동 현대차 부지, 보유세 39억 더 내야=토지 내에 건물을 짓거나 허가 용도대로 사용하는 별도합산과세 대상지의 경우 80억원을 넘는 곳은 종부세를 부담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다. 필지 면적 7만9,314㎡인 이 땅의 올해 공시지가는 2조7,134억8,956만원. 지난해의 2조2,453억7,294만원보다 20.8%나 뛰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해 이 땅에 대해 지난해보다 39억원 정도 늘어난 226억원 정도의 보유세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준공을 앞둔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의 올해 공시지가도 관심사다. 면적 8만7,182㎡인 이 땅의 올해 공시지가는 3조6,616억7,760만원으로 1년 새 6.06% 올랐다.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4,200만원으로 3,420만원인 삼성동 현대차 부지보다 공시지가는 더 비싸다. 이 땅의 보유세는 3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