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여권과 부처의 대규모 반발을 의식해 ‘부(部)’ 단위의 대규모 개편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처(處)’와 ‘청(廳)’ 단위의 변경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색깔을 담아내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소규모의 조직개편을 한다는 입장”이라며 “부서 명칭을 바꾸면 간판 바꾸고 명함 찍는 데만 수십억원의 혈세가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문 전 대표의 ‘소폭 개편’ 기조에도 칼날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권이 만든 미래부만큼은 폐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문 전 대표는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교육 분권을 강조하고 있는 문 전 대표는 교육부 축소 계획도 제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대학만 전담하고 각 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를 담당해야 한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생각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다면 새롭게 등장할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다. 문 전 대표는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해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로 담당하는 부처 신설 방안도 캠프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 문 전 대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지진 등 위기대응·관리에 실패한 국민안전처를 사실상 폐지하고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독립시켜 현장 중심의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 중심의 선거를 치르겠다며 공약 발표를 늦추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단 충청민심을 겨냥해 미래부와 행정자치부의 세종시 이전 등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조만간 공약 발표의 형태로 정부조직 구상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정부조직 개편은 당과 상의할 일”이라며 입장 발표에 신중하다. 단 문 전 대표의 중소기업부 설치 등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교육부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교육부를 교육지원처로 격하시키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정치권과 교사·학부모 등이 참여해 교육정책들을 논의하겠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여가부가 부처로서의 독립된 역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며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가 기존 여가부 업무를 가져가는 게 유 의원의 구상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혁신부총리를 신설해 산업·과학기술·교육 부문을 담당하자고 제안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오래 논의된 금융위원회 해체가 차기 정부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막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편성권을 분리하는 안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기능을 분리하는 안도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급진적인 정부조직 개편은 차기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들어가는 차기 정권은 안정적인 정부 출범부터 걱정해야 한다”며 “과거 정권처럼 정부조직 개편에 사활을 걸어선 안 된다. 국회가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정부조직이 개편돼야 국정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