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발 묶어놓고 주말 조기 퇴근시킨들 소비 살겠나

정부가 소비심리 회복을 겨냥한 내수활성화 방안을 23일 내놓았다. 여유 계층이 지갑을 더 열도록 금요일 조기퇴근 시행,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등을 추진하고 취약계층에는 학자금대출 같은 생계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골자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타격을 받은 농축수산업 등에 대해서는 장기저리 자금을 빌려주는 방안도 담았다.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은 선제 대응이 불가피할 정도로 어려운 처지다. 국내 정국불안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소비위축을 부른 김영란법 시행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이미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이런저런 소비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추가 대책을 곧바로 마련한 것은 그만큼 경제여건이 엄중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번 방안은 대책의 가짓수만 많을 뿐 딱히 이거라고 내세울 만한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방안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끼워 넣었다는 의심도 간다. 그중에서도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오후4시 조기퇴근을 유도한다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공염불이다. 하루하루 결산을 해야 하는 은행과 증권 등 금융회사로서도 언감생심일 뿐이다. 객실 요금을 낮춘 호텔과 콘도에 재산세를 한시 인하한다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무릇 상황이 엄중하면 처방도 그에 걸맞게 비상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주머니가 두둑해야 하고 그러자면 기업의 투자·고용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사정은 딴판이다. 상법 개정을 비롯한 갖가지 규제의 칼을 휘두르려는 정치권의 무책임에 기업활동마저 잔뜩 위축된 지 오래다. 백화점식 대책으로 변죽만 울릴 게 아니다. 1·4분기 성장률이 0% 중반조차 간당간당할 정도라고 정부 스스로 실토하지 않았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