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이번 사건 발생 후 오히려 암살의 주체가 북한 정권임을 의심하게 하는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독살’의 정황과 증거들이 사건 초기부터 명명백백했는데도 심장 쇼크에 의한 ‘자연사’라고 억지를 부리고 시신 이관과 공동 부검·수사를 요구했다. 이날도 북한 소행설을 남한의 보수언론이 만든 ‘낭설’로 규정했으며 심지어 말레이시아 정부까지 증거 없이 북한 국적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김정남의 이름을 쏙 뺀 채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북한 공민’이라고만 하는 등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과 오랜 외교관계를 맺어온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과 북한의 대응 등이 자국 주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단교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한 북한 정권의 억지와 궤변은 말기적 징후다. 또 김정남 암살을 도모했으나 후폭풍까지는 고려하지 못했을 정도로 김정은이 이복형 살해에 정권 차원에서 집착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장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 하고 그동안 북한을 암묵적으로 후원했던 중국의 이후 대응도 심상하지 않다. 오죽하면 유엔 회원국 박탈 요구까지 나오겠는가. 스스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려는 북한이 안쓰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