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비선진료’ 의혹의 실체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23일 사정 당국으로부터 나왔다.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단골 성형외과 병원 원장인 김영재(55)씨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박 대통령을 무단 시술했다는 것이 핵심 혐의다. 대통령 주치의 신분이 아닌 김 씨가 이른바 ‘보안 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고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기록을 누락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상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에는 증상·진단·치료 내용 등 의료행위 전반을 사실대로 상세히 기록·서명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작년 국회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특검이 김 씨에게 시술을 받은 당사자인 박 대통령에게는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의료법상 피시술자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김씨로부터 무료 시술을 받고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면 뇌물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특검은 박 대통령이 김 씨에 대가를 주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워 ‘무혐의’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와 함께 의혹의 핵심인물로 거론된 김상만(55)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과 정기양(58) 연세대 의대 교수의 경우에도 청와대 비선진료 부문에선 특별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은 대통령 자문의를 지낸 바 있는 두 사람이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진료한 바 없다”고 밝힌 부분에는 위증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의 경우 차움의원 재직 시절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한 혐의로 고발된 부분도 범죄사실에 포함될 전망이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