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 /AP연합뉴스
‘리바이벌(부활)의 귀재’ ‘하늘을 나는 경영자’ ‘자동차 업계의 신의 손’.
일본에서 보기 드문 외국인 경영자이자 무수한 수식어를 몰고 다니며 발군의 경영능력을 과시해온 카를로스 곤(62) 닛산자동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8년 만에 닛산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이것이 은퇴 선언은 아니다. 곤 회장은 닛산에서 대표권이 있는 회장직을 유지하는 한편 지난해 르노-닛산 연합이 인수한 미쓰비시자동차 재건과 미래형 스마트카 전략 창출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며 ‘경영 2기’에 돌입한다.
23일 일본 닛산자동차는 곤 회장이 오는 4월1일자로 닛산차 CEO직에서 사임하고 지난해 공동 CEO로 임명된 사이카와 히로토(63) 사장이 닛산 경영을 전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곤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닛산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미쓰비시라는) 새로운 책임을 맡게 된 지금이 CEO 사임의 적기라 판단했다”며 “미쓰비시에 집중하는 한편 르노·닛산·미쓰비시의 경영 조율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경영위기에 처한 닛산 재건을 위해 지난 1999년 르노에서 최고집행책임자(COO)로 파견된 후 18년간 닛산의 화려한 부활을 진두지휘해왔다. 1990년대 말까지 적자와 부채로 신음하던 닛산은 그의 등장과 함께 급속도로 회생 궤도에 올랐다. 자산의 85%를 매각하고 전 사원의 14%를 감축하는 과감한 개혁 플랜하에 적자 13조원의 침몰 기업 닛산은 불과 3년여 만에 3조원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01년 닛산차 CEO에 오른 데 이어 2005년에는 모회사인 르노 사장까지 겸직하며 르노-닛산 연합은 세계 4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르노-닛산 연합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996만1,347대의 차를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1,000만대 클럽’ 등극을 앞두고 있다. 탁월한 경영 회생 능력을 높이 산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그에게 경영위기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의 CEO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 포드차 역시 CEO 자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곤 회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갖는 일본 산업계는 이제 그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곤 회장이 미쓰비시차의 재건에 주력할 것이라는 그의 계획에 주목하며 “신뢰의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가 곤 회장의 강력한 재건 플랜하에 닛산처럼 부활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기 비전인 1,00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한 지난해까지가 그의 경영무대 1기였다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커진 그룹 경영체제를 재편하고 최첨단 정보기술(IT)의 적용을 이뤄낼 앞으로는 경영 2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차 시장에 ‘곤의 마법’이 다시 한번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