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고 '성형'서 '문화'로 갈아탄다

서울시, 문화예술기관과 손잡고
하반기부터 '공연 소식' 등 새단장
성형광고 심의도 강화

‘엄마! 난 왜 엄마 코 안 닮았어? 헉?! 딸! 크면 다~ 예뻐져.’ ‘스펙의 완성은 얼굴.’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넘쳐나는 성형 광고 문구들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러한 광고에 노출된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서울시가 발 벗고 나섰다. 성형광고 심의 기준을 강화하고 문화예술기관과 손잡고 ‘문화가 꽃피는 광고철(鐵)’로 바꾸기로 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다음달 서울시향·세종문화회관 등과 지하철 문화예술 광고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부터 지하철 곳곳에 시 산하 문화 예술 기관의 공연 소식을 담은 광고로 새 단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불쾌한 성형광고 도배 대신 유럽이나 일본의 수준 높은 옥외 광고를 본받아 지하철을 유쾌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메트로 노선 내 전체 광고에서 성형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가량이다. 전체 광고 물량으로 보면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지하철 3호선 내 광고만 따져보면 성형 광고가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했다. 역사별로는 압구정역·신사역 일대에 성형광고가 몰려 있었다. 성형 광고 97개 중 60개(62%)는 압구정역을, 28개(29%)는 신사역을 장식했다.

성형 광고가 일부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하지만 광고 자체가 불법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형 정보를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성형 광고가 서울메트로의 광고 수익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에서 거두는 연간 성형 광고 수익은 100억원에 이른다. 1~4호선 전체 수익(350억원)의 3분의1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게다가 성형 광고를 전면 금지하거나 광고 물량을 줄이는 규제는 사적 가치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는 ‘성형 광고 심의 강화’와 ‘문화예술 광고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먼저 옥외광고물관리법을 내세워 성형 광고 심의에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했다. 옥외광고물관리법에 ‘해당 시·도지사는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허가 또는 신고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가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문구를 사용하거나 성형 비용 등이 명시된 광고는 게재를 금하는 등 성형 광고 심사 기준을 이달부터 강화하기로 했다. 성형 전후 사진을 싣는 광고는 이미 2013년부터 게재를 금하고 있다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은 “준공공재 성격의 지하철에 문화 예술 광고를 늘려 지하철 광고 품격을 런던 등 유럽 수준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며 “우선 시 산하 문화 관련 기관과 연계·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서은영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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