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아찔한 유혹, 맛을 훔치다 - 복어 밥상’ 편이 전파를 탔다.
겨울은 생선이 맛있는 계절이다. 겨울 바다의 진정한 강자는 단연 복어. 단단한 육질과 감칠맛을 자랑하는 복어는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요즘이 1년 중 가장 맛있는 때다.
복어의 본고장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쳤던 곳은 바로 창원 마산. 복어 집하장이 따로 있었을 만큼 복어잡이로 유명했던 마산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을 대상으로 복어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한 할머니를 시작으로 복어집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아예 복어 거리가 자리를 잡았다. 어시장 공판장에서 경매보조사로 일하는 신진규 씨와 어머니에게 복어는 가장 익숙한 생선.
특히, 복어 중 첫손에 꼽히는 참복을 으뜸으로 치는데, 참복으로 끓인 시원한 복국과 콜라겐 가득한 복어껍질로 만든 묵에 복어 불고기와 복어 튀김까지.. 찬바람에 움츠러든 몸을 뜨끈하게 덥혀줄 참복어 밥상이 차려진다.
죽음과 맞바꿔도 좋을 맛. 복어에 대한 찬사는 늘 독에 대한 두려움이 뒤따른다.
내장과 피 등 독이 들어있는 부위만 제거하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복어지만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복어는 막연한 두려움과 욕망의 대상이었다. 고려 시대 이후 처음 문헌에 등장하면서부터 독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경험과 지혜가 동시에 기록되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미나리다.
복어가 한창 제철일 때, 미나리 수확도 시작된다. 왜 하필 미나리를 복어와 함께 먹게 되었을까.
향긋한 미나리와 담백한 복어가 맛의 궁합도 좋지만, 미나리에 함유된 이소람네틴, 페르시카닌 등 독성물질을 해독할 수 있는 성분이 복어의 독을 약화시켜준다고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미나리 농사짓고 살아온 형님 부부와 복어와 아귀만큼은 동네에서 소문난 솜씨를 자랑하는 동생 부부. 미나리를 듬뿍 넣고 끓인 얼큰한 복어매운탕에 미나리 향 가득 베인 아귀내장수육과 비법의 양념 맛을 자랑하는 아귀찜까지, 복어와 미나리가 만나 펼치는 맛깔스런 환상궁합을 만나보자.
이제, 복어의 최대 주산지는 단연 주문진이다.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오징어잡이로 동해를 누비던 배들이 복어를 싣고 돌아온다. 펄떡이는 활복어를 바로 잡아서 숭덩숭덩 두껍게 썰어낸 쫄깃한 회를 맛볼수 있는 곳이 바로 주문진이다.
동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복어는 밀복으로, 복어중 독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격도 저렴해 겨울이면 복어 맛을 아는 미식가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복어배가 들어 오면 바빠지는 고 석씨 부부. 부부에게 익숙한 건 싱싱한 복어회와 꼬들꼬들한 복어껍질무침이지만, 어부의 딸로 태어나 50년 넘게 어물전을 지켜온 어머니가 기억하는 복어음식은 전혀 딴판이다.
오징어잡이 배에 한두 마리씩 걸려들면 깨끗하게 손질해서 꼬챙이게 꿰어 말려두고 먹곤 했다는데.. 잘 말린 복어를 그대로 찌거나, 고추장만 풀어 국을 끓이면 한끼가 거뜬했던 그 시절. 옛 추억이 더해져 더 깊어진 주문진의 복어밥상을 만난다.
예나 지금이나 복어는 만만한 생선이 아니다. 함부로 먹을 수도 없지만, 몸값 비싼 생선이라 늘 귀한 대접을 받았다. 복어가 전국적으로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은 양식복어의 등장 덕분이다.
100% 완벽하진 않지만 독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복어에 대한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복어는 수온과 바람, 파도 등 여러 조건을 잘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양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통영 한산도에서 복어양식을 하고 있는 김형선 씨.
친구들 만날 때면 복어가 빠지지 않는다. 복어 맛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나선 전문요리사 김문준 씨. 정교하게 갈빗살을 발라내는 솜씨며 복어살 포를 떠서 어만두를 만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복어의 특징을 살려 맛깔나게, 더 맛있게 복어를 즐길 줄 아는 남자들의 밥상을 만나보자.
[사진=KBS1 ‘한국인의 밥상’ 방송화면캡처]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