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된 ‘연기의 신’(神) 이병헌이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 영화 ‘싱글라이더’로 돌아왔다.

22일 개봉한 신인 이주영 감독의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이병헌은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증권사 지점장 재훈을 맡았다.

한 남자의 심리와 감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따라가는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이병헌은 대사 없이도 아주 미세한 감정의 변화나 디테일한 표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아니 대사 이상의 다채로운 감정을 전달해 관객들이 느끼는 진폭은 기대 이상이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이병헌은, ‘연기의 신’(神)이라고 불린 비법을 공개했다. 마치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수재를 떠올리게 하는 답변이 될 수도 있지만, “연기하면서 오로지 이 장면만을 생각한다.”는 말은 그의 탁월한 연기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비법은 없어요. 오로지 이 장면만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거기에 맞는 표정이나 감성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 장면에선 이렇게 보여줘야지’ 이렇게 스스로 어떤 표정인지 생각하는 순간, 감정은 깨져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땐 밖으로 감정이 나오는 순간이잖아요. (내 몸) 밖에서 나와 내 표정을 보려고 한 순간, 내 감정은 깨져버리는거죠.”


이날 현장에선, 이병헌이 ‘촬영장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난 ‘마스터’ 인터뷰 현장에서 배우 김우빈은 “병헌 선배는 촬영장 자체를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시더라구요. 자기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막내 스태프들까지 다 같이 챙긴다는 게 힘들텐데 다 챙겨주셨어요. 그 와중에도 농담까지 던지세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매 순간에도 진회장으로 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라고 전했다.

촬영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력 신’ 이병헌은 “특별히 의도 한 건 아니고,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답했다.

“누구나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 눈빛이 달라지잖아요. 그런 현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확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마스터’ 촬영장은 굉장히 아이디어나 애드리브들을 이야기하고 상의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더 활력 있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우빈이도 그런 이야기로 한 것 아닐까요?”

이병헌의 유연함과 다양한 변주 능력은 ‘싱글라이더’를 함께 한 배우 공효진의 입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공효진은 “이병헌 선배는 경력도 오래 되신 만큼 자기만의 목소리가 크고, 예민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변주가 굉장히 자유로우시고, 의견들에 굉장히 열려있고, 친절하셔서 재밌고 유쾌했다. ”고 전했다.

이병헌은 후배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선배가 아니었다. 공효진은 “선배님은 점잖으시고, 뭔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게 없어요. 절대 화 한번 안 내시는 분이죠.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웃음) 현장에서 (이리 저리 참견하거나 하는)에너지를 남발하지 않으셔서 더 좋았어요. ”

한편, 오랜만에 만나는 이병헌의 깊이 있는 감성 열연, 최근 ‘미씽: 사라진 여자’로 완벽한 열연을 선보인 공효진과 ‘부산행’으로 천만 흥행 반열에 오른 안소희가 함께하는 영화 ‘싱글라이더’는 ‘밀정’에 이은 워너브러더스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배우들이 극찬한 완성도 높은 각본을 통해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의 귀환을 알렸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