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대화가 간단하게 끝나지만 좀 천천히 음미해볼 만합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평소 “군자가 돼라”고 요청하자 사마우는 정작 ‘도대체 군자가 뭐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가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던 것이지요. 공자는 군자가 당시 세상을 이끌어갈 지도 계층으로 생각했습니다.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이끌어가려면 군자는 그 나름의 미덕을 갖춰야 하겠죠. 그래서 공자는 먼저 “근심 걱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던 것입니다. 생각을 한 번 해보세요. 지도자가 사람을 이끌어가면서 만날 때마다 근심 걱정거리가 많다고 하소연하고 신세 한탄을 늘어놓고 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허둥지둥한다면,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안해서 안정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라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근심 걱정을 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마우는 공자의 대답을 듣고 “다른 조건은 필요 없고 근심 걱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군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마우는 군자의 기본자세랄까 조건을 결정적인 특성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공자는 사마우의 생각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사람은 무슨 일이든 잘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네. 사람이 그때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는지 반성한다는 거지. 반성은 반성으로 그치지 않고 다음 유사한 경우에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되지. 그러면 내가 이미 잘못을 한 원인을 반성해서 되풀이할 가능성을 줄였으니 무엇 때문에 근심 걱정하고 두려워하겠느냐?”
사마우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점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러니 근심 걱정이 많고 두려움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알 수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공자는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에 집중합니다. 군자는 한 번 잘못을 하더라도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책임 전가를 하지 않고 지난 일을 하나씩 따지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왜 잘못을 했을까 라는 원인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해 원인을 찾아낸다면 여유를 찾게 됩니다. 잘못의 원인과 이유를 모르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까 근심 걱정이 되고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인과 이유를 환히 알게 되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겠습니까. 공자는 근심 걱정이 없는 삶을 살려면 자기와 대화를 진지하게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믿을 수 있으니 ‘불우불구’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보면 우리가 근심 걱정을 많이 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 믿는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갖는다면 실패와 잘못을 할 수 있지만 되풀이하지 않을 터이니 불우불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공자는 우리가 인생의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돌아보라고 권하는 셈입니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