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업분할명령제...갈수록 세지는 '기업 옥죄기 법'

<정무위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논의>
시장 독점 막기 위해 법원이 강제 분할 명령 가능
기업 경제활동 위축·실효성 논란에도 다시 거론
징벌적 손배제, 프랜차이즈·제조업까지 확대 합의
대기업 차등규제 통과...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무산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서 불발됐다. 24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유의동(왼쪽) 소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법원이 강제분할을 명령하는 ‘기업분할명령제’ 논의가 대선을 앞두고 재개됐다. 기업 경영에 대해 법원에서 강제로 개입하는 것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대상을 프랜차이즈와 제조 업계까지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은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또 반면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은 진통 끝에 무산됐다.
◇기업분할명령제 논의 이어질 듯…대기업 차등규제 적용 통과=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이 같은 개정안을 논의했다.

기업분할명령제는 시장 독과점이 장기간 지속되고 현행법상 규제만으로 해결이 어려울 경우 법원에서 기업을 분할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관련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지만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다만 최근 대선을 앞두고 기업분할명령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날 안 전 대표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시장구조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 기업분할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원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장기간 독과점 시장구조 유지 △시정조치·과징금 이외의 조치 필요성을 모두 충족할 경우 해당 사업자에게 구조개선을 명령할 수 있다.

일단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다만 안 전 대표의 발의안 등은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지난달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데다 지난 21일 박주민·박용진·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을 새롭게 발의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논의가 더욱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정무위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일단 도입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전향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일단 자세한 조문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분할명령제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기업분할제도가 있는 미국은 1982년 AT&T 이후 실제 적용 사례가 전무하다. 기업분할을 명령하더라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시장 자체적으로 신산업이 빠르게 기존 사업을 대체하기 때문에 효력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대기업집단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구분해 차등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이날 정무위를 통과했다. 공시대상기업은 공시·신고 의무와 사익 편취 규제만 적용받는 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모든 경제력 집중 억제책이 적용된다.

또 기업이 공정위원회 조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명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무산=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손해액의 3배를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확대 도입된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할 경우 점주가 피해를 입은 금액의 3배를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보복조치 금지 △부당 영업지역 침해 금지 △영업시간 제한에 관한 내용은 이견 끝에 제외됐다.

또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생명 혹은 신체에 손해를 끼쳤을 때도 3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개정안은 한국거래소를 세 개의 자회사인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으로 나누고 이를 관리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거래소가 상장한 뒤 차익의 3분의1을 공익기금으로 돌려 사회에 환원하는 조건으로 처리를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 등을 놓고 갈등을 거듭한 끝에 이날 오전 파행되기도 했다. 현재 거래소 본사는 부산에 위치한다. /권경원·류호·빈난새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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