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야당 정치권은 일제히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4일 “지금 황 대행이 할 일은 대선 행보가 아닌 특검 연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대통령 놀음을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는 데 전념하라”고 촉구했다.
권한대행 명의의 시계가 대선정국이라는 미묘한 시점과 맞물려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탄핵정국으로 보수진영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그나마 두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보수 후보는 황 대행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 진영에서 이를 대선과 연관 지으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후 상황을 놓고 보면 황 대행 측의 해명도 이해는 된다. 황 대행 측은 지난해 12월 하순 행사용으로 제작된 국무총리 명의의 시계 재고가 바닥나 공식 직함인 ‘권한대행’이라는 문구를 넣어 정상적으로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시계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린 게 아니라 공무원 격려나 공관 초청행사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한 것이어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기야 공문서나 임명장 등에 사용하는 공식 직함을 공무원 격려라는 통상적인 업무에 사용했다고 해서 이를 트집 잡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진영대립이 어느 때보다 격렬해지는 대통령선거 국면이다. 권한대행으로서 매사 불필요하게 오해를 살 만한 일은 없는지 조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야당 역시 일방적 매도는 곤란하다. 특검 활동시한 연장 등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하루속히 결단하라고 재촉하면서 다른 정부행사 진행이나 권한대행 명의의 시계 제작 등에는 ‘대통령 코스프레’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도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야당도 자잘한 일에 매달리기보다 큰 안목을 가지고 국가 대사를 챙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