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이날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 신경작용제가 매우 심각한 마비를 일으켜 피해자를 아주 짧은 시간 내 사망하게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이 VX에 중독된 지 15~20분 만에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재 VX가 자국 내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조 및 유입 경로를 조사 중이다. 현지 경찰은 지난 23일 화학물질 샘플을 다수 발견한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 콘도가 평양으로 도주한 리지현 등 4명의 이름으로 임대됐다고 밝혔다. 이 콘도는 북한 국적 화학전문가 리정철의 거처와 멀지 않아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가 제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압둘 사마 맛 셀랑고르주 지방경찰청장은 “아직 샘플 성분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이는 사건 발생 직후 도주한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들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확보한 화학물질을 분석하고 있으며 VX가 검출될 경우 북한 배후설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당국은 26일 오전2시 김정남 피살이 이뤄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80여명을 급파, VX 잔류 독소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수색과 제독 작업을 벌였다. 사마 청장은 작업을 마친 뒤 “오늘 오전1시45분께부터 1시간가량 점검한 결과 위험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피해자(김정남)를 돌본 사람들도 검사 결과 모두 괜찮다”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