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힘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가 선거다. 정당이나 선거 후보의 정체성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는 방식에 색깔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도 많은 대중에게 노란색으로 기억되고 있다. 2012년 초 당명을 신한국당에서 바꾼 새누리당은 당명 변경보다 당 색깔을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꾼 것이 더 주목받았다. 당시 신문들은 “파란색을 버렸다”면서 여당의 변신을 설명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색깔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분야가 패션·뷰티 업계다. 대중의 기호 변화를 따라가느냐 여부에 성패가 달린 만큼 앞으로 유행하게 될 색깔을 찾고 관련 제품을 내놓는 데 필사적이다. 이들 업계가 가장 많이 애용하는 것이 팬톤 색 일람표다. 색채 전문기업인 팬톤이 지난 1964년 만든 것으로 전 세계 디자이너·미술가·제조업자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글로벌 색상 표준이다. 그런 팬톤은 2002년부터 매년 말 다음해 유행할 색깔을 ‘올해의 컬러’라고 발표해왔다.
팬톤이 올해 유행색깔이라고 밝힌 ‘그리너리’ 제품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고 한다. 패션은 물론 생활용품에 집안 인테리어 제품까지 봄 신상품 시장에 ‘그리너리’ 색상 제품이 봇물이다. 봄의 싱그러움과 희망을 상징하는 이 색깔이 이처럼 유행하는 것은 지난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국민들도 이번 봄에는 이 색깔이 지닌 의미처럼 치유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