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등 특급호텔 신제품, 식품·백화점 손잡고 대중화…"불황 넘자" 더 다양해진 이색 컬래버

'마켓오 디저트+콜드브루'
오리온·야쿠르트 방판 협업
패션명품서 홈쇼핑까지
아티스트 컬래버도 활발

워커힐호텔 장향소스. /사진제공=워커힐


워커힐호텔은 식품업체인 대상과 손잡고 오는 3월부터 백화점과 마트에서 대상 청정원 로고가 찍힌 ‘워커힐 장향 불고기 갈비 양념’과 ‘워커힐 장향 갈비 양념’ 2종을 판매한다. 1984년부터 운영한 워커힐의 명월관이 보유한 ‘된장 양념’의 노하우를 앞세워 소스류 전문 기술을 보유한 대상 R&D 센터와의 합작품이다. 제품은 워커힐과 대상이 함께 만들고 판매 및 유통망은 대상이 맡았다. 호텔과 식품업계의 이색적인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카드로 이색 컬래버레이션 열전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컬래버는 비용을 적게 들여 신제품을 내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한 마케팅 방식으로 주로 화장품 패키지 등에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하고 마케팅과 판매 방식에까지 전략적인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합종연횡은 각자의 노하우를 빠른 시일 내에 공유하는 한편 장점을 극대화하고 이미지 변신이 쉬워 불황이 지속되면서 갈수록 진화된 컬래버가 탄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워커힐호텔은 대상 R&D센터와 함께 지난 1년 간 워커힐만의 차별화된 노하우인 된장 고기 양념 소스를 개발해 왔다. 워커힐에서만 팔던 고가의 명월 갈비를 소비자들이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워커힐은 이번 협업을 통해 처음으로 식품업계에 진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호텔이 백화점에도 손을 내밀었다. 서울 시내 5개 메리어트 계열의 호텔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적극적으로 고객을 구애하고 나섰다. 각 호텔에서 판매 중인 메뉴들 중 대중적인 선호도가 가장 높은 10종의 음식을 3,000원부터 1만 5,000원으로 책정, 호텔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호텔 수준의 높은 음식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특급 호텔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 오리온이 합작해 만든 콜드브루 생크림치즈롤 세트. /사진제공=오리온
매일유업 ‘소화가 잘되는 우유’로 브라우니70이 만든 빵들. /사진제공=매일유업


마케팅 방식에서도 이색 협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팽창하는 디저트 시장을 잡기 위해 오리온은 한국야쿠르트의 방판 채널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프랑스 치즈 기업 벨이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끼리치즈’ 홍보에 성공하자 유통기한이 짧은 신제품 2종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 ‘마켓오 디저트 생크림치즈롤’을 야쿠르트의 히트작 ‘콜드브루’와 세트 메뉴로 구성해 전국 1만 3,000명의 야쿠르트 방문판매로 팔겠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은 자체 커피전문점 ‘폴바셋’이 아닌 경쟁업체인 베이커리 카페 ‘브라우니 70’과 협업해 자사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사용한 음료와 빵을 출시했다. 고객이 우유가 든 커피와 음료를 주문할 때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우유를 사용한 모카번, 소보로 등 총 10개 종류의 빵도 선보인다.

CJ오쇼핑 골프 캐주얼 브랜드 ‘장 미쉘 바스키아’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사진제공=CJ오쇼핑
버버리 2월 컬렉션/사진제공=버버리
패션업계도 불황 돌파구로 아티스트 컬래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명품 브랜드 경우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 젊은 고객층 확보를 위한 타개책인 셈이다. ‘체크 무늬’ 버버리는 2시즌 연속 영국 아티스트의 영감을 빌어 캠페인과 신규 콜렉션을 진행했고 루이비통은 중저가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파격적인 협업을 통해 길거리로 나오는 시도를 감행했다. CJ오쇼핑은 단독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차별화를 위해 1980년대를 풍미했던 ‘검은 피카소’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을 제품에 접목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아티스트 작품이 패션과 접목되면 디자인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서 협업은 고객에게 신선하게 어필하는 장점이 있다” 고 전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윤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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