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무제한 가입자들 "LTE로 왜 옮기나요?"

통신요금은 4G 대비 절반 수준에 QoS 등의 영향도 덜 받아
3G 가입자중 1%헤비유저의 데이터 사용비중 56.2%에 달해
가입자당 매출 떨어지고 있는 이통사들은 달갑지 않아



SK텔레콤이 지난 2010년 8월 내놓은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직장인 변형석(가명) 씨는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다. 변 씨는 기기변경이나 중고폰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2010년 가입한 3G 무제한 요금제를 그대로 쓰고 있으며 한 달에 쓰는 데이터는 10기가 바이트(GB)를 훌쩍 넘는다. 변 씨는 “3G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진데다 4G 요금제 대비 가격도 훨씬 저렴해 3G 무제한 요금제를 계속해서 쓰고 있다”며 “웬만한 동영상도 끊김 없이 볼 수 있어 딱히 4G로 넘어갈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27일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3G 가입자 감소세가 최근 1년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3G 이용자 수는 2015년 말 1,253만명이었지만 지난 연말에는 1,143만명으로 1년 사이에 100만 명 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LTE 가입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4,631만 명으로 1년 사이에 5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G 가입자 수는 크게 변동이 없는 셈이다. 알뜰폰(MVNO) 3G 가입자 수가 1년 사이 30만 명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3G가 가진 나름의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G 요금제 이용자들이 꼽는 3G의 장점은 이전보다 빨라진 데이터 속도다. 미래부의 이통사 품질평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G망 이용 시 다운로드 속도는 5.59Mbps로 전년의 4.75Mbps 대비 오히려 빨라졌다. 2013년의 4.6Mbps, 2014년의 5.1Mbps 등 최근 4년간의 평균속도와 비교해 봐도 가장 빠르다. 5.59Mbps면 초당 0.7 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로 스트리밍 형태의 동영상이나 웹툰 등을 보기에 큰 무리가 없다. 이통사들이 3G망 속도 개선을 위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지만 3G 이용자 수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데이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를 많이 쓰는 헤비 유저들은 3G가 서비스품질(QoS) 제한을 덜 받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4G의 경우 무제한으로 분류되는 요금제 또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정해져 있으며 이를 소진한 후 하루 2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3Mbps로 떨어진다. 비교적 저렴한 4G 요금제의 경우 기본 데이터 소진 시 속도가 3G의 10분의 1도 안되는 400Kbps까지 떨어진다. 고음질 음악파일 스트리밍 속도가 320Kbps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가벼운 웹서핑과 음악 감상용 정도로만 쓸 수 있는 셈이다. 3G 요금제 또한 데이터 망 과부하 시 속도 제한을 걸긴 하지만 4G처럼 확실한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QoS 제한에 걸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가격 경쟁력도 3G가 높다. 3G 데이터 무제한은 일반적으로 ‘54요금제(부가가치세 포함 시 월 5만9,400원)’ 이상 가입 시 사용 가능하며 약정할인을 받으면 4만 원 중반대에 이용이 가능하다. 4G 무제한 요금제로 분류되는 상품이 대부분 10만 원 대 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에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3G 헤비유저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증가추세다. 미래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G 가입자 중 상위 1%의 헤비유저가 전체 3G망 데이터의 56.2%를 사용 중이며 지난 2015년 6월 이후 꾸준히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4G 의 경우 상위 1%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 비중은 15.8%에 불과하다. 3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 또한 6.9GB로 2013년 말의 2.9GB와 비교해 3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통사들은 이 같은 3G 이용자들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4G망 개선 작업 외에 5G 서비스 준비 등을 이유로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3G 가입자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이통사들은 지난 2015년 수익개선 차원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했지만 3G 가입자 대부분은 이와 상관없는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실제 미래부 통계에 따르면 이통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지난 2015년 월 3만6,375원을 정점으로 지난해(3·4분기 기준)에는 3만5,791원까지 떨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부 3G 헤비유저들은 한 달에 수십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쓰는 데 거의 하루 종일 데이터를 사용해야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다만 이들이 4G로 넘어오면 2배 정도 요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속도가 늦은 3G 머무는 듯하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3G 요금제 가입자 현황

가입자 수 1,143만명
상위 1%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비중 56.2%
3G 무제한 가입자 데이터 이용량 평균 6.9GB


◇3G 가입자 수 추이(단위:만 명)

통신사업자 2015.12 2016.12
SK텔레콤 492 402
KT 303 236
알뜰폰(MVNO) 475 505


**LG유플러스는 WCDMA 방식이 아니라 제외

◇3G 다운로드 속도 추이(단위=Mbps)

연도 속도
2013 4.6
2014 5.1
2015 4.8
2016 5.6


자료:미래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