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수사 기간 연장을 불승인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특검보는 “특검법 수사대상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송은석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결국 청와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9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거물급 인사를 줄줄이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특검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에는 끝내 실패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각종 의혹을 파헤치고도 시간이라는 벽에 가로막히면서 수사가 ‘미완’으로 끝난 모양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수사상 반드시 필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청와대와 조율을 시도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협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 측이 녹음·녹화를 거부해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됐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소자 수는 10~15명가량이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10명의 피의자까지 합치면 총 기소자 수는 20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에 세운 피의자 수만 따지면 특검 역사상 최고 성과다. 이는 과거 특검 성적표와 비교해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12년 내곡동 특검은 단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2010년과 2012년 디도스 특검와 스폰서 검사 특검도 각각 4~5명을 법정에 세우면서 수사가 종결됐다. 그나마 2008년 BBK 특검은 구속은커녕 불구속 기소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해체 수순에 접어든 특검이 공을 검찰로 넘기면서 남긴 숙제가 많은 탓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규명에도 미완에 그쳤다. 덴마크에 구류 중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른바 ‘버티기’ 전략에 돌입하면서 그에 대한 수사는 손도 못 댔다. 게다가 특검 수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세월호 7시간 의혹에도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이 각종 의혹을 파헤치고도 여전히 성공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높은 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특검법상 명시된 모든 수사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