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장벽 피하자"...美에 공장 짓는 中기업

中제품 45% 국경세 부과 우려
임금·땅값 매년 가파른 상승 등
자국내 생산여건도 갈수록 악화
키어아메리카 등 中 제조사들
美 '그린필드' 투자 확대 잰걸음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롄윈강=신화연합뉴스
중국 내에서 치솟는 임금과 땅값에 치인 중국 제조업체들이 제2의 도약을 위한 해외 생산기지로 미국을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생산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무역장벽을 높일 태세를 보이자 중국 제조업체들이 아예 미국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과거와 같은 저비용 대량생산 모델을 추구할 수 없게 된 중국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곳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다. 미국 인건비는 여전히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 기업가들은 그 비용을 상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조지아주의 중국투자 담당 존 링 매니징디렉터는 “많은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을 이미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제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고민은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임금에서 시작됐다.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 2005년 1.20달러에서 2016년 3.60달러로 3배나 치솟았다. 지난해 현재 중국의 임금 수준은 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의 70%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다른 신흥국 임금이 같은 기간 후퇴한 것과 대조적이다. 브라질의 경우 시간당 2.90달러에서 2.70달러로, 멕시코는 2.20달러에서 2.10달러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4.30달러에서 3.60달러로 떨어졌다.
이들의 등을 해외로 떠미는 요인은 또 있다.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무역장벽을 쌓기 시작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존재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은 미국 소비자와의 근접성과 낮은 인프라 비용 등을 이유로 지난 수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로듐그룹 집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새로운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투자, 즉 ‘그린필드’ 투자는 지난 5년간 급증했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품을 배격하고 중국산 제품에 최대 4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미국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섬유생산 업체 키어그룹의 자회사인 키어아메리카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랭카스터카운티에 세운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을 향후 5년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투자 규모는 총 2억1,800만달러다. 주산칭 키어그룹 회장은 “항저우보다 랭카스터카운티의 전력요금이 최대 40%나 저렴하다”며 “운영 면에서 (미국 쪽에) 이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자동차부품 업체 성화보그룹의 캐럴라인 왕 부본부장은 “미국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것이 수지에 맞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현실화되면 “인력을 최소화한 자동화 공정을 운용”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틸로 하네만 로듐그룹 연구원은 “중국의 미국 제조업 투자가 증가한 것은 낮은 비용과 무역장벽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미국 소비자와의 근접성 덕분”이라며 “관세 상승 등 무역장벽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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