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1차 타결을 목표로 했던 TISA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협의 보류 통보 이후 급제동이 걸렸다. 현재 참여국들은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TISA 의장국으로 협정에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협의를 보류하면서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라며 “미국이 TISA에서 빠지면 협정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높다는 점에서 TISA에서 빠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탈퇴 선언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여러 나라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다자 무역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지난달 23일 TPP 탈퇴에 서명했다.
다자협정은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장 개방 수준은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한미 FTA와 같은 양자 협정은 상대방이 하나여서 시장 개방 수준을 높이기 쉽다. 특히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힘의 논리를 앞세워서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기 좋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 협상을 선호하는 이유다.
TISA는 경제 파급력이 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놓쳐서는 안 될 협정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TISA는 금융과 통신, 건설, 유통, 사업서비스(법률·회계·광고 등) 등 주요 서비스산업을 총망라한다. 참여국도 EU 개별국까지 치면 50개국에 이르러 TPP(11개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16개국)보다 월등히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TISA 타결 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83억달러(약 9조4,40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우리 정부는 특히 건설·의료 등의 분야에서 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물품만 외국에 보내면 그만인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는 산업 특성상 외국에 직접 들어가 활동을 해야 하는 부분이 커 파생적인 경제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TISA가 잘 타결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