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연장 거부] 野 "黃 탄핵 정족수 충분" 與 "또 다른 국정혼란" 정면충돌

<야권 "黃 대행 탄핵" 초강수>
재적의원 과반 151명만 찬성하면 되지만
본회의 등 의사일정 한국당 동의 있어야
"野 3당-與 합의 쉽잖아 무산될것" 전망

추미애(앞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 3당이 특검 연장 불가를 선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핵 심판대에 세울 경우 국정혼란이 심화된다는 여권의 반발이 제기됐지만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 등 야권은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의 도움 없이는 황 대행의 탄핵을 위한 본회의 일정조차 잡을 수 없어 여야의 대치는 장기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행을 탄핵하기 위한 정족수는 이미 확보됐다. 국무총리인 황 대행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299명 의원 중 100명이 발의하고 재적 과반수인 151명의 의원이 찬성 표결을 해야 한다. 바른정당(32석)이 이날 황 대행의 탄핵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지만 121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만으로도 탄핵소추안 발의가 가능하고 39석의 국민의당과 6석의 정의당 의원을 더하면 166석으로 정족수인 151석을 가뿐히 넘긴다.


문제는 탄핵소추안 국회 보고와 탄핵 표결을 위한 두 차례의 본회의 의사일정을 잡기 위해 자유한국당의 도움이 필요한 데 있다. 탄핵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다음 본회의를 열어 처리된다. 2월 임시국회에서 남아 있는 본회의는 오는 3월2일 본회의 한 차례뿐이다. 이에 따라 3월 임시국회 소집과 두 차례 이상의 본회의 일정 합의가 필수적이다. 재적 의원 4분의1만으로도 임시회 소집이 가능해 3월 임시회를 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두 차례의 본회의 일정 합의에 자유한국당이 응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수가 없다. 이와 관련,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 간의 본회의 일정 합의가 안 되면 탄핵 일정을 잡을 수 없다”며 “탄핵안을 발의하려면 본회의가 필요하고 표결하는 본회의가 있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이 일정을 합의해주지 않으면 탄핵 일정을 잡지 못한다. 암초들이 있어서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황 대행의 탄핵을 위해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힘이 필요하다. 국회법 76조 3항을 보면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일정 작성에 있어서는 국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할 때는 의장이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 일정을 잡아준다면 야권이 황 대행 탄핵 표결 절차를 자유한국당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단 정 의장이 여야 협치를 중시하고 있고 선진화법 제정 이후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을 단독으로 결정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변수다.

당장 야권은 자유한국당의 임시회 소집 동의와 의사일정 합의를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3월 임시회 소집과 의사일정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바른정당이 황 대행의 탄핵 표결에 불참하기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야 3당만으로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탄핵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은 황 대행의 탄핵과 별개로 특검법 연장을 위한 새 특검법 처리를 위해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기다리는 눈치다. 특검법 직권상정을 반대하던 정 의장도 이날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직권상정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국회 스스로가 법의 권위와 원칙을 지킴으로서 예측 가능한 정치를 열고자 함이었다”며 “국회는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국회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되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회 구성원들은 여야를 떠나 정의의 가치를 지키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밝힌 ‘정의의 가치를 지키는 길’이 직권상정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관측했고 정 의장 측은 “아직 예단할 수 없다”고 확대해석 자제를 당부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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