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개고기 시장' 오명 모란시장, 달라질 수 있을까

[오늘의 애니Pick]
성남시, 27일부터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자진정비
일부 상인들 "생존권 위협" 반발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의 개 보관·도살 시설이 자진 철거에 들어갔다./연합뉴스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이 국내 최대 개고기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겠다고 나섰지만 일부 상인들이 “생존권 위협”이라고 반발하면서 시장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27일 모란시장 내 총 22개 개고기 업소 가운데 15곳이 개 보관·도살 시설을 자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성남시와 모란 가축시장 상인회가 환경 정비 업무협약을 맺고 개 보관·도살 시설을 자진 철거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성남시와 상인회는 나머지 7곳도 점차 영업망 정리, 업종 전환 등의 단계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 7월 11개 부서로 구성된 ‘개고기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인들과 10여 차례에 걸쳐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들 7곳 업소는 “보상 없는 철거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성남시와는 물론 상인간 갈등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모란 개고기 시장, 50여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모란민속시장(이하 모란시장)은 한국전쟁 때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쪽으로 내려온 육군 대령 김창숙과 관련된 일화에서 유래했다. 시장 개설 시기는 1962년 즈음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란시장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갖춘 것은 1968년 서울에서 철거민들이 대거 성남으로 이주하면서부터다.

인기가 가장 높았던 품목은 고추와 식용견. 두 품목만을 거래하기 위한 별도의 장이 마련될 정도였다. 이 중에서도 식용견은 전국 개고기 유통량의 3분의 1이나 거래될 정도였다.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현대인의 식습관이 바뀌고 개가 식용의 대상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고기 시장의 황금기는 점차 저물었다.

이후 최근까지 운영하고 있던 모란시장 내 개고기 판매업소는 총 22곳이었다. 평균 60여㎡ 규모로 점포마다 냉장고 등 2~3개의 보관시설과 도축장비 등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 가축시장상인회에 따르면 모란가축시장상인회 소속 업소의 절반 이상이 철거 대상으로 꼽혔다. 철거하는 시설은 식용견들을 가둔 철제 우리와 업소 내부 도축 작업 시설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상인회와 협약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이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협약 체결에 대해 “개고기 논란의 중심지로 성남시 이미지를 실추시켜왔던 50년 묵은 숙제를 풀었다”며 “생계 우려에도 합리적으로 대화에 나서 주신 상인 여러분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개고기 시장으로 생계 꾸리던 상인들은 어디로…

27일 오전 성남 모란시장 철거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용북 모란가축시장상인회장의 모습/연합뉴스
27일 오전 김용북 성남 모란가축시장 상인회 회장은 자진철거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성남시와 약속한 대로 모란시장 내에서 개를 가둬 놓거나 도살하지 않고, 관련 시설 전부를 단계적으로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시도 각종 지원책을 내세워 개 보관·도축 시설의 자진 폐쇄를 유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상인들의 영업손실 보전을 위해 △임대료 인하 등 건물주와의 재계약 유도 △업종전환 자금 저금리 알선 △교육·컨설팅과 경영마케팅 사업 지원 △종사자 맞춤형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 점포 입주권 부여 △비 가림막·간판·보행로 등 환경정비 등이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시는 오는 5월까지 남은 7곳 업체도 자진 철거와 업종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7곳의 개고기 업소는 여전히 성남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철거현장에서는 자진철거에 반대하는 업소 7곳이 포함된 가칭 ‘모란시장 축산연대’측이 항의 방문해 고성을 주고받는 등 상인회 측과 신경전도 벌어졌다. 축산연대측은 이날 상인회가 시와 일방적으로 협의한 뒤 철거를 진행했다고 맹비난했다. 축산연대회 측 관계자는 “당장 영업을 중단하면 생계에 큰 지장이 생긴다”며 “보상 대책 없는 철거 요구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나머지 7곳이 성남시의 정책을 따르더라도 ‘국내 최대 개고기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 보관·도축 시설은 자진 철거해도 개고기 유통이나 판매는 여전히 지속되기 때문이다. 김용북 회장은 “모란가축시장 내에서 살아 있는 개를 판매하거나 도축하는 행위를 중단하지만 당장 개고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업종 전환은 상인들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오늘의 애니Pick] 개고기 시장 ’자진철거‘ 첫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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