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방비 684조원으로 10% 증액…외교-원조 삭감

백악관 27일 2018회계연도 예산안 공개
자체 국방비 증액 속 비국방, 해외 원조는 삭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미주지사연합(NGA) 주지사들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1일∼2018년 9월30일)의 국방비를 540억 달러(약 61조2,630억 원)으로 약 10% 늘리기로 했다. 자체 국방비는 늘어나는 반면 중동 등 외교 및 외국 원조 예산은 줄어들 방침이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정부 첫 예산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역대로 가장 큰 국방비 증액 규모 중 하나로, 내년도 미국 전체 국방예산은 6,030억 달러(684조1,035억 원)로 늘어나게 된다. 비(非)국방 예산은 국방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줄어든 4,620억 달러로 책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새로 늘어날 국방비 540억 달러의 구체적인 용도를 특정하지 않은 채 국방부가 자체 결정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멀베이니 국장은 예산안의 특징에 대해 “우리가 다른 나라에 주는 예산이나 중복되는 예산을 줄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일례로 외국원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에서 더 적은 돈을 쓰고 국내에서 더 많은 돈을 쓰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런 것이 국무부예산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비 증액과 관련해선 “역사상 최대 국방비 증액의 하나로, 군사 예산 ‘시퀘스터’(자동예산삭감 조치)를 폐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국방비 증액 분야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 및 관련 기관에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취합하도록 지시하면서 함정과 전투기 개발, 특히 핵심 항로나 해상 요충에 주둔하는 군사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안보 관련 예산은 많이 늘어나지만 다른 분야, 특히 외국원조 예산은 대폭 삭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주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내가 제시할 첫 예산안은 공공안전과 국가안보 예산이 될 것이다.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이 두 분야에 많은 주안점을 두게 될 것”이라면서 “예산안에는 고갈된 우리의 미군을 재건하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역사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원조 예산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중동지역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문제 삼았다.

그는 “우리가 중동에서 거의 17년 동안 싸우고 있는데 약 한 달 전에 예산 차트를 보니 중동에 6조 달러(약 6,807조 원)를 썼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지금 중동은 거의 말벌집을 안고 있는 것처럼 엉망진창인 상태인데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결코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반드시 싸워서 이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첫 예산안 의회 제출에 앞서 28일로 예정된 취임 이후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을 통해 큰 틀의 예산안 기조를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의 예산안 의회 제출 시한은 다음 달 14일로, 앞서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인 다음 달 13일에 예산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부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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