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착수했음을 밝혔다고 우리 측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후 정례적으로 검토는 해왔지만 이번에는 김정남 암살 때문에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논의를 외교채널로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의 이듬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북측이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이를 해제했다. 치명적 신경가스인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북한은 9년 만에 이란·수단·시리아와 함께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미 정부의 검토 돌입에 앞서 의회에서는 집권 공화당을 중심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제재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계속 제기돼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40일 만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 완전 차단을 의미하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행하는 데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북한이 공공장소인 국제공항에서 독가스인 VX를 이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것이 북미 대화 불발과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결정적 모멘텀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제34차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한 사실을 공론화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측 지도부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이 교묘한 수법들을 통해 유엔의 제재망을 피해 가는 데 대해 만장일치로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