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중국의 사드 압박] 롯데마트 매장만 115개 진출...中 직접 제재 땐 기업 운명 '흔들'

'사면초가'에 빠진 기업들
'롯데 보복' 이미 시작...장기화 되면 中사업 접을판
유화업계도 '반덤핑 관세 조치' 등 강화 땐 직격탄
민관 '투트랙 규제'...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지면
車·IT·뷰티산업서 관광업계까지 충격파 커질 듯



롯데그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보복이 예견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지금껏 간접제재 방식을 취한 중국이 직접적인 행동으로 제재 방향을 바꿀 경우 해당 기업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초강경 제재에 나설 경우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첫 표적이 될 게 분명하다.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롯데마트 충원먼 분점에 대해 불법광고 부착을 이유로 4만4,000위안(약 75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가벼운 위반인데다 많지 않은 금액으로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데도 베이징시 당국이 벌금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중국의 압박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 역시 중국 정부의 제재가 사소한 소방점검 위반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중국 사업 규모가 가장 큰 롯데마트는 지난 2007년 중국에 진출한 후 총 1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슈퍼는 2012년 진출해 16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 중국 매출은 지난해 1조1,290억원이었다. 롯데백화점도 중국에 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제재 스탠스가 강화되면 롯데가 입을 타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내다본다. 제재가 길어질 경우 중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이 없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지만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화케미칼(009830)이나 OCI(010060)·LG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도 중국의 무역보복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이 책임지고 있다. 만약 2010년 미국과 중국의 태양광 모듈 관련 분쟁 때처럼 중국이 한국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를 강화할 경우 석유화학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쉬운 조치가 반덤핑 관세 부과로 10% 이상 관세를 부과받을 경우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중국이 국가 간 안보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평소보다 더 강경한 제재 조치를 취해왔다는 것이다.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분쟁 시 일본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천연자원 보호’ 명분으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민간 영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펼쳤다. 2012년에는 일본 수출품에 대한 통관을 강화하고 반일운동을 전개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본을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중국이 ‘안보정책 핵심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투트랙 규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국내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중국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격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28일 중국 봉황망에 따르면 26일 지린성 장난 롯데마트 앞에서 10여명의 주민들이 ‘한국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으며 롯데는 사드를 지지하니 중국에서 떠나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 민간 연구원의 중국전문가는 “소비자 불매운동은 국내 정부나 기업이 손을 댈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면 국내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롯데는 물론 자동차와 정보기술(IT), 화장품 등 뷰티 기업까지 엄청난 충격파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중국이 LG화학 배터리에 대해 인증을 거부하면서 올 3월 현지에 선보일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를 1년가량 미뤘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사드 보복이 현실화하면서 화장품 통관 과정이 복잡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특히 중국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 아모레퍼시픽의 오는 2020년 매출 12조원 달성에 적신호가 켜질 게 뻔하다. 관광 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의 춘제 기간 여행지 선호도 조사에서 7위를 기록해 지난해(3위)보다 4단계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국내 면세점 역시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명동과 잠실 등 시내면세점의 중국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박성호·박윤선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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