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들이 각 모델별로 다른 모양, 다른 크기로 내장돼 있더라고요.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통일해 공용자재로 묶고, 대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제조원가를 낮출 예정입니다. 수익성을 개선해 회사는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LG전자의 세탁기 세계 1위 신화를 쓴 주인공 조성진 부회장은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기자들과 만나 “LG 가전의 글로벌 1위 DNA를 모바일 사업에 접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탁기는 등 가전의 경우 높은 사양의 부품을 상위부터 하위 라인업까지 동일하게 적용해 제품의 전체적인 품질은 높이면서도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면서 “휴대폰에도 이를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 공용화, 부품 공동 구매 등의 방식으로 구매력을 높여 생산 원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부품을 판매할 수 있고, LG전자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조 부회장은 이같은 전략을 내놓기 위해 불철주야로 스마트폰 공부에 매진해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평소 철학대로 LG전자의 CEO(최고경영자)를 맡은 이래 지난 3개월간 G5, V20 등 자사 스마트폰은 물론 경쟁사 제품 10대 가량을 직접 분해·조립했다. 이들 스마트폰을 눈 앞에 두고 수시로 살펴 볼 수 있도록 본인의 집과 승용차에 비치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물리적인 제품을 뜯어보고, 도면을 공부해 문제점을 찾는 것은 40년 이상을 해온 일”이라며 “과거 출시된 제품들을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혁신이었을 순 있어도 기술적으로는 모바일하고는 맞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G6가 대단한 ‘혁신’ 대신 ‘시장의 소리’를 택한 만큼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도 기술 우위에 있다고 확신했다. 조 부회장은 “G6는 스마트폰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한 제품으로, 품질 등을 확실하게 잡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MWC에 전시된 타 제조사들의 제품들을 둘러보니 G6를 비롯해 앞으로 나올 제품들도 충분히 본연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등 지금까지 자사 스마트폰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지역에 대해서는 가전사업이 확보한 유통망을 활용할 방침이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 같이 이동통신사업자가 중심이되는 지역은 그 특성을 감안해 사업자 중심의 유통망에 집중하고, 오픈마켓이 발달 된 유럽 등에서는 가전사업에서 확보하고 있는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주력인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4,67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기준 적자 규모는 1조2,591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연간기준 전체 영업이익 규모인 1조3,378억원과 맞먹는 수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 LG전자의 CEO로 승진한 조 부회장의 가장 큰 숙제도 스마트폰의 수익성 개선이다. ‘세탁기 장인’다운 방식으로 숙제를 풀어나가는 조 부회장의 행보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